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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중소상인들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기지금 우리사회는 대형유통마트의 등장이후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붕괴로 서민경제의 침체와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 장기간의 경제위기와 내수침체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고, 특히 고용인 없이 나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의 폐업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정부와 국회, 학계와 시민사회, 피해 당사자 등이 대형유통마트의 무분별한 입점과 과잉영업행위에 의한 영세사업자 및 소상공인,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소기업청은 지난 4일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에 대한 사업조정권을 각 시·도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관련 고시(수·위탁거래 공정화 및 중소기업 사업영역보호에 관한 운영세칙)를 개정해 8월 5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새 고시는 중기청이 중소유통업체의 피해 사실을 조사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역할만 하도록 하고 사업조정 신청, 접수, 조정 권고, 공표 및 이행명령 등 7개 권한을 해당 시·도가 맡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기청의 이번 대책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도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점포면적, 취급품목 제한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사전 조정권을 갖게 됐다하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닌 ‘권고’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중기청의 발표는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상인 등 유통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 관계 법령을 정비해 풀어야 할 문제를 별다른 권한도 주지 않은 채 충분한 협의와 검토 없이 성급하게 지자체로 떠넘기는 것이 되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악화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장의 업무지침에 의한 제한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여 대규모점포의 행정소송 제기 시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주변상권위축, 교통문제, 집단민원 등을 이유로 지자체가 대규모점포의 출점에 대한 건축허가 요청에 대해 불허가 처분을 한 데에 대하여,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을 이유로 대규모점포 측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예가 다수 존재한다. 2001년 서울 동대문구청과 홈플러스 사건, 2006년 충남 논산시청과 프라임아울렛 사건, 2006년 경남 창원시청과 롯데마트 사건 등이 그러한 예이다.

국회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하여 입법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대형마트 및 기업형수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방안으로는 대규모점포의 범위 확대, 영업품목 및 영업시간의 제한, 사전영향평가 또는 공청회 등을 통해 대규모점포의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재래시장 등 주변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고 대규모점포와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다.

그러나 2009년 4월에 개정법률안에 대해 국회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제17대 국회에서도 대규모점포의 활동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8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이에 대하여 공청회를 개최하고 심의하였으나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된 바 있으며, 18대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들의 주요내용도 폐기된 법안들과 비슷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바, 제17대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했을 때와 비교하여 특별한 여건의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개정안을 수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7대와 비교하면 지금의 경제상황은 매우 달라졌다.

이명박정부가 즐겨사용하는 표현대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위기가 도래하여 서민경제는 파탄의 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경제의 파탄으로 내수시장의 위축이 장기화된다면 우리경제는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서민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들이 시급하게 수립·시행되어야 할 때이다. 끝으로 정부는 방관자의 입장을 벗어나 대규모점포들과 중소상인들이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다.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
▶198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민주당·안양 만안구),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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