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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동의보감의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난달 31일 바베이도스에서 들려온 복음은 전 국민적인 쾌거이자 경사였다. 더구나 의학서적으로는 세계최초라니 우리민족이 충분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유네스코도 동의보감의 등재를 확정하면서 ‘16세기 의학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이자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안내서’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이번에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중의(中醫)의 아류 혹은 의료일원화나 없어져야할 미신으로 공격받던 한의학(韓醫學)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로부터 평가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중국이 이미 지난해에 한의학을 중의학의 한 범주로 분류하여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함으로써 또 다른 동북공정인 ‘중의공정’을 시작했는데도 그것에 앞서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을 의학서적 세계최초기록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만큼 한의학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도 한의임상의 근본으로 확고부동한 자리를 잡고 있는 의서이며 근래 세계의학계에서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대체의학으로 동양의학을 주목하고 있는데, 동의보감도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의협의 논평처럼 동의보감에 일부 현실에 맞지않는 내용이 없지않지만 그것은 조족지혈일 뿐이고 지금도 치료를 해보면 감탄할 정도의 치료효율을 나타내는 것이 우리의 자랑스런 동의보감이다. 그리고 그것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동의보감은 화석과 같은 죽은 유물이 아니라 21세기에 더욱 각광받는 살아있는 의학서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경사에 같은 국민이면서 의료인인 의사협회가 축하는 못해줄 망정 ‘동의보감을 폄하’하는 논평을 내놓았다는 현실 앞에서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을 느낀다. 더구나 “(한의계가) 국가적 경사를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한 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며 문화유산과 과학을 구별 못하는 형태”라는 논평은 협박이 아니라 졸장부의 호기를 보는 것만 같아 초라해 보였다. 그런 소승적인 시각으로 국가적 경사에 반응한다면 양식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다. 아니, 이미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까지 출판했겠는가?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한의학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동서의학은 각각의 고유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보완대체하면 인류 질병의 치유를 배가할 수 있고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상대방을 말살해야만 내가 산다는 사고는 오히려 그 배타성과 공격성으로 갈등을 조장해 결과적으로 혼자만의 밥상이 아니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거나 색심부이(色心不二)등의 기존 용어들을 차용하지 않더라도 동서의학은 각자 충분이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양의에서 아무리 한의학을 말살하려해도 그 깊이와 효용성이 무한해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가권력적인 일방적인 폭력과 강탈이나 스스로의 나태로 그 한의학의 주체는 바뀔 수는 있겠지만 한의학 고유의 이론과 치료기술은 인류와 함께 영원할 것이다.

이번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기회로 언론에서는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과학화와 표준화를 한의계의 과제로 꼽고 있다. 과연 한의학은 한의사협회의 구호처럼 ‘세계속의 한의학’으로 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한의계의 역량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제껏 조상들이 가꿔논 열매만 따먹지는 않았는지 겸허히 성찰하고 지금부터는 우리 후손들이 먹고 살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할 때다. 그리고 한의학 자체의 장점은 살리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근거중심의학을 보충하고 세계인의 눈에 맞춰 과학화와 표준화의 옷도 입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의사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며 어쩌면 그 훌륭한 한의학의 주체자리를 놓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축적한 우수한 인재들이 제2,제3의 허준이 되어 이시대의 세계사적 의학을 총정리하여 새로운 민족의학의 등불이 될 21세기형 동의보감을 편찬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다가오는 2013년이면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이 된다. 허준기념사업회와 정부에서는 유네스코 등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예산을 배정하여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한의학의 세계화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녹색의 시대이다. 한의학은 자연의학이면서 환경친화적인 의학이다. 21세기 녹색시대가 한의학을 부르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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