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병현칼럼] 시승격 60년, 수원의 미래상은 뭔가

 

경북 포항시와 수원시는 지난 15일로 각각 시승격 60주년을 맞았다. 각 시는 이날을 필두로 연말까지 분주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승격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봇물처럼 터지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축제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경북 포항시는 이날 산업화 60년 동안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성장해온 ‘제1의 영일만 시대’를 마무리하고 영일만항 개항에 따라 환동해 경제블록 중심도시, 국제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발전해나가는 ‘제2의 영일만 시대’의 새로운 60년을 시작하자는 취지의 행사를 마련했다.

수원시도 15일 화성행궁 광장에서 김용서 시장을 비롯해 시의원, 공무원,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승격 6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시는 행사에서 4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효원 가정 12가구와 1949년 8월15일 시승격일에 태어나 수원에서 살아온 시민 10명에게 ‘수원둥이’ 인증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앞서 시는 이날 오전 시청 현관 앞에서 ‘해피수원 타임캡슐’ 매설식을 개최했다. 타임캡슐은 수원의 행정과 시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459개 물품과 사진, CD, 문서를 담았다.

새삼 시승격 60주년을 맞아 ‘수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포항시는 수원인구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세계적인 철강회사 포스코가 위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포항시의 미래비전인 ‘제2의 영일만 시대’의 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포항시는 그간 다소 무겁고 어두운 철강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국제적인 비즈니스 도시 즉, 고급도시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태동과 또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도시로 유명하다. 삼성과 수원시는 기업과 도시의 동반자적 발전관계의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옛 영예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가 기업의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탓인지 삼성은 비교적 조건이 좋은 다른 도시나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수원은 또 SK그룹의 모체가 되었던 도시로도 유명하다. SK그룹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수원은 기반을 마련해준 곳이다. 그러나 이 SK도 수원에서 떠날 것을 굳히고 현재 짐을 싸고 있다. 떠나는 광활한 공장지대에는 아파트를 지어 팔겠다며 SK 건설부문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두 기업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기업이 수원을 떠난다는 것은 수원이 기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제도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는 하지만 내륙지방에 위치한 도시의 급격한 도시화는 결과적으로 생산시설은 떠나고 사람들만 남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시로 승격한지 60년이 되는 수원시는 도시화가 곧 발전이라는 일방통행식 행정에 사로잡혀 앞에 펼쳐질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것이다.

수원은 거대한 아파트 촌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광교 신도시는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가 될 공산이 크다.

신도시가 들어서면 당분간 수원시 수입은 방대한 규모로 팽창한다. 수원시의 70주년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수원시 공무원들은 냉철하게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수원시 미래상을 읽을 수 있는 면밀한 연구가 우선되어야 한다.

도시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도시, 명품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수원시민들은 얼마나 안전하게 또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까. 현대인에게 레져와 스포츠는 생활이 되었다. 수원시는 이를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을까. 혹자들은 수원시를 ‘레져 지옥’ ‘축구 천국’이라고 혹평한다. 수원시민들은 맘놓고 걷고, 달리고, 자전거 타고, 인라인 탈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광교산 회주도로는 이들이 꿈꾸었던 ‘레저 천국’이었지만 도로가 좁고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최근 환경청이 수도권내 대기와 주변환경이 좋은 조깅 산책코스 20곳을 선정해 발표했지만 수원시는 단 한곳도 선정되지 못했다. 자전거 마니아들은 수원시의 입산금지 조치에 의해 광교산에서 퇴출된지 이미 오래다. 수원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예 없다. 이 때문에 수원시 ‘자전거 출퇴근족’들은 차로에서 위험에 노출되기 일쑤다.

수원박물관에서는 연말까지 ‘수원의 도전과 꿈’ 특별전이 개최된다. 1950년대 동사무소 모형, 사진, 도면으로 보는 도시변천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수원의 미래상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정조대왕은 200여년 전 조선 최초의 신도시 화성을 조성하며 자족도시의 기능을 갖췄다. 이제 도시도 먹고 사는 문제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