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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올 가을엔 과학도서 한 권을

‘편식·소식’ 이제 그만
과학적 소양 높여야 할 때

 

아직 한 여름이지만 바람의 내음에서 벌써 가을이 느껴진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이다. 올 가을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신다면 과학도서 한 권을 읽기를 권한다. 생뚱맞게 과학도서라니 하시는 분들을 위해 오랜만에 자녀들과 함께 서점으로 가서 과학도서 코너를 감상하시기 바란다. 아동이 아닌 성인을 위한 과학도서들의 양과 다양함에 놀라게 되실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놀라게 된다. 우선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적음에 놀라게 되고 또한 독서의 편식에 대해 놀라게 된다. 최근 유명 대학교의 도서관 도서대출 현황이 신문에 발표된 적이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분야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나 식객과 같은 만화였고 다음으로 태백산맥과 같은 소설, 다빈치 코드와 같은 추리소설, 취업 관련 서적 등이 강세였다. 상위 20위 이내의 인기도서 목록에 과학도서가 들어있는 대학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생들이 이럴진데 일반인들의 독서 취향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출판사의 효자 상품 가운데 과학도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만 부가 팔리다 반짝 사라지는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도서들과는 달리 과학도서는 부수는 작지만 꾸준히 팔린다는 것이다.

그럼 누가 과학도서를 사서 읽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중고등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참고서나 교재를 사러 서점에 자주 들리는 점, 또한 이 나이에 가지는 왕성한 호기심이나 지적 욕구가 원인이 아닐까 싶다.

‘왜 과학도서를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왜 과학을 알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통해 있다. 사실 과학을 몰라도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또 우리 사회에서 과학에 대한 무지는 그리 창피한 일이 아닌데, 인류가 낳은 최고의 과학자 뉴턴이 살았던 17세기 말 영국과 크게 대조가 된다. 뉴턴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은 1687년에 출판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보통 프린키피아라고 부름)란 책였다. 그 유명한 만유인력 법칙이 처음 소개된 곳이 바로 프린키피아이다. 사실 프린키피아는 가격이 비싸고 두껍고 어려워 뉴턴 자신도 이 책이 팔리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린키피아가 엄청 팔려나갔다. 이유는 프린키피아를 모르고서는 영국 사교계에서 대접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귀부인들이 프린키피아와 만유인력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마 녹슨 머리로 개인교습을 받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과학은 왜 필요한가? 쉽게 말해 속지 않고 살기 위해서이며 고상하게 말해 시민적 필수소양을 높여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지금도 과학의 이름을 빙자한 수많은 사이비 상품과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가격이나 사회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사소하게는 자석팔찌로부터 원적외선 및 음이온 발생기, 각종 검증 안 된 불치병 치료제나 치료법, 넓게는 지난해 겪었던 광우병 사태를 들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과학적 판단력과 논리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과학의 탈을 쓰고 유혹하는 사이비들에게 어떻게 농락당할 수 있는지 생생한 경험을 한 바 있고 지금도 유사한 일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7세기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사회 구성원의 필수 소양 가운데 과학적 소양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의 유럽과 일본의 발전, 이와 대비되는 중국과 조선의 몰락은 사회지도자의 과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현대사회에서도 국민의 과학적 소양을 높이는 일은 국가 발전을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 현 정부에서도 과학창의재단을 통해 과학적 소양 증진 및 과학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지만 국민의 호응 없이는 허사이다. 가을이 오고 있다. 서점에 나가 과학도서를 고르는 재미에 빠져 보시길 바란다.

프로필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90년 美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
▶1990년~현재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2006~2008년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2007년~현재 한국물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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