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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우리의 예의범절과 문화수준

일상 습관처럼 배어야
올바른 윤리교육 시급

 

예의범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모든 예의와 절차이다.

이런 예의범절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가령 조선시대의 유교적인 예의범절은 그 상당수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잘 맞지 않다.

요즘의 대중교통기관에서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世不同席)을 지킨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며, 남녀노소의 차별이 거의 없어진 지금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지킨다는 것 역시 구태의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이 예의범절이 필요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우리시대에 맞는 예의범절이 있고 우리는 그런 예의범절을 지켜야 문화시민이 될 수 있고 세계의 주목을 끌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에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잘 보존된 문화유산 탓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에 못지 않게 일본사람들이 친절하고 경우 바르다는 사실 역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 사람들은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문화수준이 높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많은 외국 사람들을 관광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가 이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은 어느 정도일까? 그 모습을 가늠해 보기 위해 다음에서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먼저 대중교통 기관 속에서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에 몰두하는 젊은 여성들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필자는 인천에 살면서 서울에 자주 일을 보러 가야하기 때문에 1호선 전철 속에서 이런 풍경에 자주 마주친다.

흐트러진 몸매를 가다듬기 위해 잠시 거울을 꺼내보는 정도가 아니라 무릎 위의 핸드백을 화장대 삼아 수십분에 걸쳐 정성스럽게 본격적으로 화장을 하고 있는 풍경은 무례하고 볼썽사납다.

서양의 경우 전철 안에서 화장을 하는 여자들의 상당수가 매춘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전철 안에서 화장하는 여성들에게 야릇한 눈길을 던진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비난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다음으로 전철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남녀들이 연출하는 풍경이다. 두 남녀가 허리를 껴안고 바싹 붙어서서 연방 가벼운 키스를 나누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남자친구와 마주보며 무릎 위에 올라타고 앉아 있는 모습을 거쳐, 남자 친구의 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애무하고 있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전철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의 풍경도, 일찍이 우리 조상들이 색목인(色目人)들의 짐승같은 행동이라 말했던 풍경을 능가할 정도로, 참으로 다양해졌다.

이런 사랑의 풍경에 대해 젊은 세대의 스스럼없는 열정으로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는 천박한 행동이다. 짐승은 아무 곳에서나 사랑을 하기 때문에 짐승이라 하고, 사람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사랑을 하기 때문에 사람이라 한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은 모름지기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풍경이다. 전철의 문이 열리면 전철 안의 사람이 먼저 내리고 그 다음에 기다리는 사람이 타야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런데도 전철 문이 열리기 무섭게 타고 내리는 순서는 무시되고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서로 밀치며 뒤엉키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출퇴근 시간의 혼잡한 전철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도 이같은 풍경은 마찬가지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모습은 타고 내리는 사람이 한 사람씩이어도 똑같을 뿐만 아니라 전철이 아닌 대학의 화장실 출입문에서 연로한 교수와 젊은 학생이 마주쳐도 똑 같다.

어떤 장소를 막론하고 출입문에서는 여성과 노약자들에게 우선권을 양보하는 것은 세계공통의 예의범절인데 경로사상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동방예의지국의 실상이 이런 것이다.

예의범절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일종의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부모와 교사들이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할 필수적인 덕목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중요한 덕목을 오랫동안 홀시한 성적지상주의 풍토가 요즘의 세태 풍속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문화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시급히 올바른 윤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프로필

▶1953년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서울대 문리대학원 박사 졸업

▶1992년~현재 인하대학교 교수

▶2008년~현재 문학과 지성사 대표이사

▶2009년~현재 인하대학교 문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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