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데스크칼럼] 신종플루, 사회적 공포 해소 언론의 역할

 

‘유동하는 공포’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공포의 종류를 세가지로 나눈다.

신체와 재산을 위협하는 1차적 공포와 사회·문화적으로 파생되는 2차적 공포,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3차적 공포다. 바우만의 분류기법을 근거로 최근 국내에서도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는 ‘신종플루’는 어느 단계에 속할지 고민해 보자.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집단생활을 통해 ‘어쩔 수 없이’ 감염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심리적 불안감과 함께 직접적인 감염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까지 1차적 공포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각급 학교의 잇따른 휴교와 각종 행사와 집회, 모임의 취소, 정부와 지자체의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사회적 비용 지출과 기존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최근 현상들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2차적 공포는 일반인들이 경험에서 만들어내는 공포라고 보면 된다.

지난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해 전 세계에서 8천96명 감염자가 발생하고 이중 774명이 사망한 ‘급성 호흡 증후군’(사스)은 당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신종플루와 마찬가지로 호흡기를 통해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유사점 외에도 신종플루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높은 치사율은 당시 월드컵 4강의 열기를 단순간에 식힐 정도의 공포를 불러왔다.

물론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외 여행이 급감하고 정부당국은 출입국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각 보건기관과 지자체를 총 동원해 예방활동에 나서던 모습은 올해와 흡사하다.

사스 외에도 우리는 지난해 광우병에 대한 사회적 공포를 경험했다. 이어 올해는 신종플루가 다시 한번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감염우려와 같은 직접적인 공포 외에도 신종플루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공포감(불안감)이 작지 않다. 다시 말하면 2차적 공포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공포에 대한 경험에서 나오는 사회적 반응이다.

그렇다면 3차적 공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우만은 3차적 공포를 한마디로 통제 불가능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그 내면적인 의미는 다르겠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은 정부가 아무리 나선다고 해도 국민들을 진정시키기가 버거워 보인다.

이 와중에 언론의 모습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신문에서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와 ‘심각하다’는 기사가 시간차를 두고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공포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다.

지난해 광우병 사태를 되새겨볼만하다. 피할 수 없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 언론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신종플루의 위험성에 대해 기사화하는 것이 오히려 막연한 공포감을 줄일 수 있다.

신문들이 갑자기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만 되풀이해 인용한다면 ‘독자들은 뭔가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독자들을 안심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는게 오히려 현재 처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본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신종플루 유행 초기부터 국내 대유행을 예고했지만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정부의 초기 대응 부족 등 위기관리 능력은 일반 기업체 수준보다 못한 현실에서 추가적 사회비용 부담을 필연으로 하는 사회적 공포를 줄이기 위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포감을 느끼는 일반인들의 ‘당연한’ 심리는 물론 통제하기 힘들지만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와 다르게 국내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또한 외국의 피해사례를 들먹이며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들은 이 시점에서 뉴스가치가 떨어짐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