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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외고문제와 공교육의 차별화

 

외국어고등학교를 둘러싼 논란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됐다.

지난달 15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해 외고입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논란이었다. 그는 “장관에게만 맡겨서는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 여파로 ‘사교육은 만악(萬惡)의 근원’,‘외고는 사교육 과열 주범’이라는 논의가 가열되기도 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외고가 영어·구술면접·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해 사교육을 조장했으므로 내신과 ‘쉬운 영어’로 선발하는 국제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 외고들은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었다.

이에 정 의원이 추첨으로 선발하는 특성화고로 전환하자는 안을 공개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엘리트 교육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외고 폐지에 분명하게 반대했고, ‘外高, 길을 잃다’라는 어느 신문의 톱기사처럼 외고문제는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외고해법 긴급토론’도 벌어졌다. 美 명문대 한국돌풍의 주역이 될 만큼 수월성 교육에 기여했다는 주장과 공교육 붕괴를 조장했다는 주장이 맞섰으며, ‘외고 폐지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학교 다양화정책 후퇴’, ‘학생선발권 있으면 일반고도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이 “외고문제를 당과 정부에만 맡겨두지 말라”, “청와대가 능동적·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와 함께 “일방적인 교육 포퓰리즘 경계, 사교육비 경감, 다양성의 조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래기획위원장도 ‘외고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로, 4~5년 후 선발권 있는 자율고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학부모들은 담담하다는 기사도 보였다. 외고를 폐지해도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주장도 각각 논리적이지만, 그 학부모들이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학교에 입학할 때의 정부시책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제도 실현’이었지만, 그들이 다시 자녀를 두어 입학시키고 있는 지금도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며, 사교육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는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본질적·기본적인 것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힘을 비교해보는 일이어야 한다. 학교와 학원은 기본적으로 설립목적이나 교육목적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교육의 차별화가 당연한데도 우리는 공교육으로도 얼마든지 사교육을 능가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전개되는 이상적인 교육과 학원의 교습활동이 각각 어떤 성격인가를 따져보고 학교교육의 본질에 맞는 입학전형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과학실험·실습을 하는 교사에게 “우리 아이 대학진학을 책임지겠느냐?”고 항의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렇게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며, 입학시험에는 그렇게 출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독서·운동·여행·봉사활동·단체활동까지도 점수와 연결되는 것 외에는 무용한 것이 우리 교육의 내용이다. 사고력·창의력·자기주도력은 고사하고 학생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유리한 사교육 방법을 도입하는 학교가 각광받는 것이 우리의 서글픈 교육현장이다.

현대교육의 맹점은 ‘시간엄수·복종·기계적인 반복’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옛 주장(1980)을 잘 암기하면서도 그대로 두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를 해마다 초청해서 “풀빵 찍듯 하는 학교, 국가경제 망친다”,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경고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가 이제 한국을 방문할 필요가 없게 해야 한다. 학교교육을 교육과정 기준대로 실천하고, 교육과정 기준대로 평가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KAIST가 제안하고 설명하는 입학사정관제를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실천해가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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