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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교육의 무상성

대학등록금 부채사회 형성
후대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

 

올해 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미국을 제외하고는 제일 비싸단다. 한국의 국공립대가 4천717달러 사립대가 8천519달러인데, 이웃 일본조차 국공립대가 4천279달러 사립대가 6천695달러이고, 사립대 등록금이 살인적이라는 호주도 7천902달러이고 국공립대는 4천35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은 이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데 사립대만 있는 영국에서도 4천694달러이고, 국공립대만 있는 프랑스는 173달러 내지 1173달러로서 다른 나라들 국공립대도 대체로 1천달러 정도이다. 대학교육의 무상성을 철저히 지키는 나라는 독일로서 원칙적으로 학비는 무료이다. 다만 미국만이 우리보다도 국공립대는 조금 높은 5천666달러, 사립대는 2만517달러이다.

거기다 매년 대학등록금의 인상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혼자 뛰고 있다. 사립대는 매년 5-6%대(04년 5.9%, 05년 5.1%, 06년 6.7%, 07년 6.5%, 08년 6.7%)로 인상하였고, 국공립대는 매년 7-10%(04년 9.4%, 05년 7.3%, 06년 9.9%, 07년 10.3%, 08년 8.7%)로 인상하여 물가가 2-4%(04년 3.6%, 05년 2.7%, 06년 2.4%, 07년 2.4%, 08년 4.7%)로 인상된 것에 비하여 두 세배가 높았다. 국가는 넉넉지는 않지만 08년도에는 17% 09년도에는 23.9%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올해는 5조8천억원의 재정지원을 하였으니 이러한 대학등록금의 증가추세를 더욱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리하여 교육과학기술부는 등록금 부담으로 신음하는 국민을 위하여 마련한 묘책이 취업 후 상환부 등록금 대출제이다. 즉 일단 등록금을 국가에서 빌려 쓰고 나중에 벌어 갚으라는 것이다. 대체로 현재로서는 졸업하려면 2천만원에서 4천만원 정도를 빌려야 하는데 이자까지 계산한다면 매달 30만원씩 8년에서 17년을 갚아야 된다. 젊은이들은 다시 최소한 2억 정도를 융자받아 집을 장만한다면 매달 30만원씩 40년은 모아야 하고, 애들 둘을 낳고 키우려면 유아교육비로 매달 80만원씩은 들어가므로 기본적으로 140만원은 필요하니 200만원을 번다 하더라도 더 이상 저축은 불가능하다. 결국 애를 낳을 수 없어 여성 출산율이 1.19명으로 인구유지 최소한의 비율인 2.1에 훨씬 못 미치는 세계최하위로 나라는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번 심각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모가 자신이 평생에 배워 안 지혜와 지식을 자녀에게 가르쳐주면서 수업료를 가져오라고 하고, 자식이 돈이 없다고 사정하면 내가 꾸어줄 터이니 나중에 돈을 벌면 이자까지 쳐서 갚으라고 한다면 그 부모를 우리는 어찌 보아야 하겠는가? 부모인 기성세대가 자식인 다음세대에게 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미래상이다. 그러면 한 세대의 부모는 편할지 모르나 자식들은 영원히 교육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성경에도 “진리를 팔지는 말며 지혜와 훈계와 명철도 팔지 말라”(잠언 23:23)고 경고하였던 것이 아닐까? 즉 교육은 무상이어야 한다. 이것이 현 세대의 다음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요, 도리가 아닐 수 없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대학교육의 무상성을 유지하여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은 자기 수입으로 저축을 하고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투자를 하는데 반해 미국은 학자금 대출제로 사회에 진출할 때 이미 많은 부채를 떠안고 출발하고 다시 집 마련 등으로 부채를 늘려 평생 이 빚을 다 갚기도 힘든 부채사회를 형성하고 있어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투자는 다음세대에 떠넘기고 있다. 이처럼 저축을 할 수 없게 구조화된 사회이기에 미래보다는 과거가, 저축보다는 채무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으니 과연 어느 쪽이 올바른 사회인가? 결국 미국 전체가 빚더미의 신용불량국가로 전락한 원인도 바로 대학등록금제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닐지 모른다.

우리는 어떤 국가를 향하여 달려 나가고 있는 것인지? 최소한 등록금과 연동되어 지원받은 일부만큼이라도 등록금이 줄어드는 정부지원금제도를 고안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출산율이나 사교육비 대책이나 그 중심에는 바로 이 문제가 있다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묻고 싶었던 말이다.

프로필
▶1947년 인천 출생
▶1982년 서울대 헌법학박사
▶1991년 서울가정법원 수석 부장판사
▶1996~2008년 제15·16· 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인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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