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호주제 폐지에 대한 斷相

사회학계에서는 21세기의 주요 화두로 ‘환경과 여성문제'를 꼽는다. 20세기의 개발지향적 가치가 환경파괴를 묵인했고, 근대의 이념에서는 여성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여성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여성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두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성부가 주도하는 법률개정 운동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론화 추진이 그것이다. 모성보호법 개정이 그의 첫발이었던 셈인데 현재 모성보호법은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 상태이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중이다.€
어제 여야의원 50명의 발의로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는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법안은 호주에 관한 정의와 남성 우선으로 돼 있는 호주 승계순위 등 호주관련규정(현행 민법 778조.779조)의 전면삭제를 담았다. 또, 자녀는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한 조항(781조)을 삭제하는 대신 부모 협의로 부(父) 또는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거나 부모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가정법원에 위임(865조 2항 신설)하도록 했다.
호주제 폐지 법안의 향후 처리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행 부계혈통만을 인정하는 호주제는 여성의 불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고착화하는 동시에 곧바로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출생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또한 부성(父姓)강제로 인해 이혼 및 재혼가족 자녀의 성(姓)문제를 낳기도 한다는 게 여성부의 주장이다. 반면, 가족간 유대의 약화, 전통문화의 단절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유림과 중·장년층은 호주제 폐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개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해집단간의 충돌로 심각한 혼란에 빠져있다. 그에 대한 사회적 조정과 타협의 문화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호주제 폐지 주장이 성(性)대결 혹은 세대 간 대결의 양상으로 치다를 것 같아 우려된다. 호주제 폐지가 시대적 요구와 현실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그것은 기존의 가치에 대한 전복이 아닌 기존가치와 현실가치 간의 공존의 틀을 모색할 때 의미가 커지는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