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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또 다시 발목 잡힌 새해예산

처리 지연, 곧 국민 피해
지금이라도 꼼꼼 심의를

 

2010년도 새해 예산안이 또 다시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다. 헌법이 정한 예산 처리시한(12월 2일)내에 국회가 예산심사를 착수조차 못한 것은 19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고, 7년 연속 국회가 헌법을 어기는 불명예를 남기게 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회의 예산 심사 처리시한 위반이 관행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1989년 이후 20차례 예산 심사에서 시한 내에 처리된 경우는 5차례에 불과하고, 2003년부터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예산안 처리시점도 근래에 올수록 늦어지고 있다. 1999년 이전에 예산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것은 1989년으로 12월 19일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12월 27일 이후에 처리된 경우가 7번이나 됐고, 2004년에는 마지막 날인 31일 밤에 처리되기까지 했다. 작년의 경우 전대미문의 국제 금융위기에 따른 국민적 우려가 반영돼 그나마 평년보다 빠른 12월 13일 처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예산이 법정기일 내에 처리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예산 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산안 관련 정부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예산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못하면 예산의 조기 집행이 지연돼 저소득층과 서민의 생활안정이 위협받게 되고 ‘따뜻한 겨울’을 나기가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켜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던 것은 올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면서 ‘실탄’이 부족해진 데다 경기회복세를 이어가려면 내년에도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예로 정부는 내년부터 107만 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8천87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학 등록기간인 내년 2월에 실시되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 대출 준비에만 50일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장애아동 재활치료 지원사업도 개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지원 대상을 올해 1만8천명에서 내년 3만7천명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도 305억원에서 508억 원으로 늘려 사전 준비 업무가 크게 늘었지만 현재로선 ‘올 스톱’ 상태다. 예산이 확정되지 않으면 신규 대상자를 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노인·사회서비스 일자리와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일자리 창출 사업 예산 3조5천억원도 상당 기간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아동시설과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의 개보수 및 신·증축 사업 역시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서 착공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0년간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이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민생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모를 리 없다.

야당이 문제로 삼고 있는 세종시 문제는 대안 제시 후 타당성을 검증하면 된다.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다라면 그것대로 따지면 될 일이다. 내년 예산안의 1.2%에 불과한 4대강 사업 예산(3조5천억원)을 볼모로 전체 예산(291조8천억원)의 심의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국정 발목 잡기이다.

국회의 예산 처리시한 위반이 반복되면서 예산심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행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10월 2일)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12월 2일)전까지 60일간에 걸쳐 심사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10월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법안처리 등을 마치고 나면 실제로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예산을 살펴보는 시간은 11월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의회는 예산심의기간이 240일이며 영국과 독일은 120일에 달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60일이나 국정감사 없이 예산만 심의하기 때문에 실제 심사기간은 우리보다 더 길다.

이제 시급한 민생 예산을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습관성 위반을 유도하는 예산 심의제도의 개선문제도 모두 국회의 몫이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여·야의 모든 국회의원들은 꼼꼼한 예산 심의를 통해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스스로 존중하려는 노력을 취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56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8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2006~2007년 삼원토건 회장
▶2007년 이명박 대통령 경선후보캠프 대외협력특보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화성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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