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병현칼럼] 땅 속 전쟁이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하도로(U-SMART way)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심도급행철도(GTX)가 그것이다.

각 지자체가 앞다퉈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들고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초 경기도는 지하 40~50m 깊이에 수도권 간선급행철도(대심도)를 건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시도 지난 8월 도심 지하에 도로를 뚫는 야심찬 구상이라는 이른바 ‘U스마트웨이’를 내놓았다. 경기도가 추진 중인 GTX노선은 고양 킨텍스~동탄신도시(74.8㎞), 의정부~군포 금정(49.3㎞), 청량리~인천 송도(49.9㎞) 등 3개 노선으로 GTX가 개통되면 강남과 일산을 20분대에 오가는 등 경기도에서 서울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는 GTX 사업안을 지난 4월 국토해양부에 제안했다. 국토부는 현재 교통연구원에 의뢰, GTX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 중이다. 사업 추진 여부는 내년 초에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도심을 남·북간 3개축 동·서간 3개축의 총 6개 노선으로 구성해 서울의 땅밑을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도로망을 2020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북 3개축 노선은 시흥~도심~은평, 양재~한남~도봉, 세곡~성수~상계 노선이며 동·서 3개축 노선은, 상암~도심~중랑, 신월~도심~강동, 강서~서초~방이 노선이다. 서울시는 지하도로망이 구축되면 서울 전역을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상교통량의 21%가 지하도로망으로 흡수돼 지상도로의 통행속도도 8.4km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수도권 지하 교통시설 구축사업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정치적 치적쌓기의 산물이라는 가혹한 평가도 뒤따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재선도전이 확실시되고 있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차기 도지사 도전과 당권도전 등 적지 않은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어 서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도 많다. 또 경기도가 먼저 들고 나온 GTX건설계획에 허를 찔린 서울시가 급작스럽게 지하도로 건설계획을 들고 나와 그 저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문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하도로와 경기도가 추진하는 GTX가 상당부분 노선이 겹치고 있는데도 협의과정 없이 서로의 노선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지하를 100km 이상 고속으로 질주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교통사고와 운전자 오염중독문제 등 각종 사고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하도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6일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 자리에서다. 강경우 한양대(교통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대중교통 위주로 교통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지하도로 건설은 승용차 위주의 통행을 장려하는 불합리한 교통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도 “서울 승용차 300만대를 비롯해 수도권에 전국 승용차 55%가 몰려있다”며 “지하고속도로는 이들 잠재적 수요자를 도로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엽례 경민대 교수는 “대심도 지하터널과 같은 부분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화염·연소가스로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터널 구체도 붕괴·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6㎞인 프랑스 몽블랑터널에서 1999년 발생한 화재는 53시간동안 지속돼 39명이 사망하고 차량 33대가 전소됐다.

16.9㎞인 고타드터널에서는 2001년 2일간 화재진압이 안돼 11명이 사망하고 차량 23대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와함께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공사비도 문제다. 경기도는 GTX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면 13조9천39억원, 민자사업일 경우에는 11조1천231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의 지하도로에는 11조2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건설하고 나머지는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지하 교통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임삼진 교수가 지난 9월15일부터 10월5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및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 교통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통부문의 정책대안에 대한 실현가능성’ 관련 설문조사결과 ‘수도권 대심도 철도(일명 GTX)’를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가 지하도로와 GTX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