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불꽃놀이와 진심

신통치 않은 경기회복세
환심성 정책보단 소통을

 

한창 송년회 모임으로 분주한 때이다. 그런데 왠지 다른 해와 다른 느낌인 것은 왜일까. 회식자리에서 2차, 3차로 이어지던 분위기는 1차로 헤어지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참석을 독려하던 전화도 작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우리 사업처 주변 모습도 비슷하다. 주변에서 모두 경기가 안 좋다 하니, 손님이 없거나, 한 두 달 영업이 어려운 정도는 이제 익숙한 모양새다.

최근 피부로 와 닿는 경기는 이전의 몸살 정도를 넘어선 또 다른 느낌임을 지울 수 없다. 한창 잘 된다고 입소문이 난 음식점의 매출이 50%로 줄었다고 하고, 그 옆의 음식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부동산은 거래가 없어, 부동산사무실이 개점휴업 상태인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일손이 모자라 몇 배의 콜요금을 지불해야 했던 대리운전업계도 매출이 급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던 한 중소기업체는 수개월의 수주 중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은 지금 당장의 공해 문제 때문이 아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온실효과 때문일 것이며, 빙하는 매우 서서히 녹아내릴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느끼는 경기의 체감은 1년 전의 미국발 한파인지, 아니면 더 이전에 발원된 문제인지, 혹은 우리나라 고유의 구조적 문제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 무엇인가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작금에 우리 눈앞에 현실로 부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뉴스거리들은 활기차고, 재미있고 화려하다. 대통령은 기후협약에서 연설을 하고, G20경제회의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유치하는 등 우리나라는 글로벌리더로서 부각되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이벤트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심지어 광화문 광장에서 스노우보드 쇼까지 제공해 준다. 세계적인 불황에서 빨리 벗어난 국가로 우리나라가 꼽히고, 외국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식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며, 기업들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수익을 내고 있다고 보도된다.

그런데 왜 이웃 가게는 문을 닫고, 옆집 사장은 매출급감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일까. 어디에 가도, 서로의 안부는 “요즈음 어떠냐” 하는 것이고,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비슷하다. “신통치 않아.”

어린 시절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형들과 놀다가 다리를 다친 적이 있다. 형들은 어떻게 할 줄을 몰라 했고, 어린 나를 데리고 영화구경을 갔었다. 영화 때문에 고통을 잠시 잊을 수는 있었지만, 당시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치료였을 것이다.

출장과 야근으로 자식을 제대로 못 본 아빠가 어느 날 아이를 놀이동산에 데리고 갔다. 아이는 신나는 놀이기구에 정신을 빼았기지만, 형식적인 놀이동산보다 더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어린 아빠와의 교감일 것이다. 단칸방, 지하방 셋방살이 힘겨운 날, 동네 축제에 신나는 폭죽소리와 함께 불꽃놀이 피어오르면, 가난에 찌든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러나 불꽃놀이가 끝나고 찾아오는 것은 불안한 일자리와 생계의 어두운 그림자일 것이다.

국가야말로 이러한 서민들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그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을 줄 안다. 게다가 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은 분야이리라. 또 말단에 있는 서민들이, 먼 곳에서부터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국가의 노력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그 점을 모두 감안한다 해도, 아직도 국가의 노력은 현실감이 없고 공허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남극 주변의 섬과도 같이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면서, 어디까지만 차오르고 멈출 것인가만 계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건대, 우선 무엇보다 국가와 국민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한 수많은 창구와 출로가 열려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가는 서민들의 경제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부디 국가의 노력들이 근시안적이거나 일회성의 정책으로 그치거나 환심성 불꽃놀이 정책에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진심어린 노력으로 다가올 날이 오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프로필
▶1967년 경기 수원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년 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년~현재 변호사
▶2009년 현재 수원지방변호사회 제2공보이사, 경기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