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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세심한 관찰 아동의 빠른 질병치유

보호자의 정보제공 중요
약물 오남용 등 미연에 방지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오신 할머니에게 ‘아기가 어디가 아파서 오셨느냐’고 질문을 시작하니 ‘의사가 알아맞히어 치료를 해야 되지 않느냐’고 큰 소리를 치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병을 진단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이용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진이라고 하여 환자나 보호자와 이야기하면서 얻어지는 정보로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 이 문진으로 진단은 거의 내리게 되고, 이것을 좀 더 정확하게 하기 위하여 진찰이나 검사 등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문진은 아기의 상태에 대해 어머니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주느냐에 달려있다. ‘아기가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하는 질문에 ‘열도 나고 기침도하고 콧물도 나고 설사도 하고 소화도 안 되고 밥도 잘 안 먹고 기운도 없어하고...’ 하는 등 끝없이 계속 말씀하시는 분이 종종 계신다. 구체적으로 ‘열이 언제부터 났느냐’고 여쭈어 보면 ‘오래됐어요’, ‘얼마나 오래되었느냐’고 하면 ‘한 열흘 되었어요’, ‘열흘 동안 계속 열이 났느냐’고 하면 ‘아니에요 열흘 전쯤인가 하루 열이 나고 안 나다가 이틀 전부터 다시 났어요’ 하신다. ‘열이 얼마나 높게 났습니까? 혹시 열을 재보셨나요?’ 하면 ‘아니에요. 뒷머리가 좀 뜨듯한 정도예요’ 하신다. 이런 경우 의사는 속으로 화가 난다. 지금까지 열심히 듣고 병록지에 기록한 것이 거의 의미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병원에 오시면 방문 목적을 정확히 말씀하셔야 한다. 의사에게 이것저것 많이 말하면 모든 부분을 잘 보아줄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물론 의사는 각 부분을 자세히 질문하고 전반적인 진찰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환자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그에 대한 정확하고 집중적인 질문과 관찰이 집중된다. 막연한 내용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어머니가 말씀하신 내용을 하나하나 정확히 분석하지 않는 의사는 그냥 모든 약을 한꺼번에 줄 수 있기 때문에 아기는 필요 없는 약을 먹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정확한 관찰이 아기의 진단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열이 나면 얼마나 높은 열이 언제부터 나는가. 하루 종일 계속되는가 아니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가. 해열제에 반응은 잘하는가. 동반되는 다른 증상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등을 정확히 관찰하여 말씀하시면 의사가 아기의 병을 빠르고 정확히 진단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기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침을 언제부터 했는가. 하루에 언제 많이 하는가. 한번 하면 얼마나 계속하는가. 가래는 동반되는가. 동반된다면 가래의 색깔은 어떤가. 쌕쌕거리는 소리가 동반되는가. 그 외에 다른 동반되는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하는 소견들이 기침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을 구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런 모든 관점에서 의사들이 질문을 하지만 질문을 해도 어머니들이 구체적으로 관찰하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많다.

설사를 생각해 보면, 설사를 시작하기 전에 음식물과 관계 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에 몇 번이나 변을 보는지. 한번 볼 때 양은 얼마나 되는지. 변에 곱이나 피가 섞이는지. 아기가 소변은 잘 보는지. 기운이 없어하고 늘어지지는 않는지 등은 설사 하는 아기에게서 꼭 관찰되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자세히 관찰하고 의사에게 이야기할 때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아기의 문제점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병원에 오시는 어머님이나,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집안의 다른 식구에게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 가보라고 하셔서 그냥 아기만 병원에 데리고 오시는 분의 경우는 의사를 몹시 괴롭히게 되고 그보다도 아기가 가지고 있는 병의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기의 문제점에 대하여 어머니들이 의사 선생님과 비슷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면에서 ‘엄마도 반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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