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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공부의 신’은 ‘교육의 희망’?

1% 행복 위한 99%의 절망
통합·상생은 대안학교서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2010년 교육 경쟁의 서막을 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새해부터 엄청난 속도로 시청률을 끌어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드라마는 ‘최강 입시전설 꼴찌, 동경대를 가다’라는 일본만화를 드라마화한 것인데, 제목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내용은 입시 성공신화를 일구어낸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명문대 진학의 신화가 문제아와 꼴찌들에게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드라마를 어떤 이는 공부로 인하여 좌절에 빠진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는 학생들로 하여금 일류대 진학을 위한 경쟁을 부추기고 동시에 왜곡된 교육 성공관을 심어주고 있다. 아직 6회밖에 진행되지 않아서 섣불리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앞으로 이 드라마가 원작의 내용에 충실한다고 보면, 분명히 폐교 위기에 있는 꼴찌 아이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부하여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인 일류대에 진학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교육을 통해서 성공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바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육 신화와 허실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전국 1% 학생만이 진학할 수 있는 일류대의 문이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99%의 학생은 들어갈 수 없지 않는가? 그런데 학생들로 하여금 1%에 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자극하여 교육의 신화와 성공을 부추기는 것이 과연 지금의 교육현실에 맞는 일인가 질문해 본다.

차라리 꼴찌 1% 학생의 성공 신화가 일류대 진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훈훈한 드라마가 공부에 찌들린 아이들에게 훨씬 더 희망을 주지 않는가?

기성세대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의 중요성이 무엇인가를 바르게 가르쳐줄 의무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들의 관심은 아이들이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명문대에 몇 명의 학생들을 진학시킬 것인가에 혈안이 되어 있고, 정부도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육정책을 아예 이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고등학교 학업 중단자는 8만4천명에 이르고 중학교 학업 중단자는 5만3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현상만을 보더라도 앞으로 교육 소외자 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일어난 대안학교 운동은 ‘공부의 신’과 대척점에 서있다. 대안학교 운동의 정신은 종교 개혁의 정신과 흡사하다. 당시 타락한 카톨릭 교회의 권위에 대항하면서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회복하려는 운동이 종교개혁 운동의 양대 정신이다. 대안학교 운동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존 교육의 병폐에 대해서 저항하면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서 등장했다. 다만 지금의 대안학교 운동은 공교육과의 상생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안학교에서 경쟁일로를 걷고 있는 공교육이 양산하고 있는 교육적 병폐에 대한 참다운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안학교마저도 공교육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가·미인가 대안학교가 200여개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실제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대안학교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안학교가 세속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또한 정부도 학교 다양화 정책을 펼쳐나간다고 하면서 결국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학교에 대한 지원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건전한 대안학교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너무나 소극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는 꿋꿋하게 우리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교육 소외자들과 씨름하면서 힘겨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들 학교는 경쟁하는 배움터가 아니고 이들 학교 학생들은 ‘공부의 신’이 아니다.

우리 교육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보는 관점에서 다를 수 있겠으나 교육의 희망을 ‘공부의 신’에서 찾는다고 하면 상대적으로 교육으로부터 절망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이다. 그러나 대안학교에서 찾는다면 다양한 교육계층들을 통합하는 것은 물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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