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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우리들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밴쿠버 신화’ 국민에 단비
성공신화, 현실이입 되길

 

우리는 이번에 밴쿠버에서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는 한국에 주목하였다. 겨울스포츠 강국 러시아는 상위 순위에도 들지 못했고, 일본은 금메달 하나 건지지 못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은, 부족하고 낙후된 시설 등 열악한 여건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냈다.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재차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우리의 잠재력을 깨어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두 가지만 든다면 자신감과 지도자를 들고 싶다.

시합과 시험과 같은 경쟁의 장에서 자신감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낯선 외국인들 앞에서, 기라성같은 세계적 스타급선수들을 상대로 주눅이 들어 시합에 임해야 했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런 상태에서 최고의 컨디션은 나오기 어려웠다. 물론 그 당시에 비하여 현재는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기량면으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도 사실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세계일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한류가 아시아를 뒤흔들고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한국의 인재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현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선진국 반열로의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세계가 우리나라를 모델로 삼고자 하고 있다.

무엇이 두렵고, 주눅들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당당히 나서서 가슴을 펴고, 세상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은 그러했다. 자신이 있었고, 힘찼다. 그 결과 또한 그러했음은 당연한 것이리라.

개인적인 기량과 자신감 외에 중요한 요소는 그 능력을 이끌어줄 수 있는 지도자라고 하겠다. 오서 코치는 인터뷰에서 “나는 바위속에 있는 다이아드를 발견해 낸 것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선수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갈고 다듬어주는 스승이야말로 최고 선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는 진정한 스승을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보일 수 있게 된다. 아무리 빛나는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바위속에 갇힌 상태에서는 그것은 단지 돌일 뿐이다. 박지성이 히딩크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박지성에 열광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반대되는 예로 이번 동계 올림픽 출전종목 가운데 쇼트트랙의 경우에는 지도자단체라고 할 수 있는 빙상연맹의 불협화음으로 선수등용부터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결국은 결과에서도 아픔을 맞아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들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은 스포츠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모든 분야,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눈을 돌려 현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무거운 책가방에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 12시가 넘어도 꾸벅꾸벅 졸며 숙제를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어떤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훌륭한 스승은 과연 누구인지.

공교육을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한 정부이지만, 내어놓는 정책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리어 이를 고민해야 할 교육계는 요즈음 비리논란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데 바쁜 모양이다. 파벌과 줄서기, 나만의 이기주의, 어느덧 우리는 이러한 세태에 익숙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암울한 벽이 두꺼울수록 우리자신들의 잠재력은 더욱 더 두꺼운 바위속에 갇히고 말게 될 것이다. 이러한 벽을 허무는 데는 비단 아이들이나,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동계올림픽 선수들에게 뜨겁게 응원하고, 그들은 최선을 다하여 경기에 임하고, 자신있게 우뚝섰으며, 그 모습에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모습이 우리 자신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그렇게 될 때, 성공신화는 이제 TV 생중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코 앞의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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