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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프로그래밍에서 디자인으로

컨텐츠와 표현의 다양성
전국문예회관의 숙명

 

작년 말, 신년사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화두가 하나 있었다. 전국각지에서 해마다 새롭게 건립되고 있는 지역문예회관들의 특성화 부분이다. 이른바 순회공연이라 불리는 지역투어공연들로 대부분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데 일정만 다를 뿐 모든 지역 문예회관들의 연간 콘텐츠들이 겹쳐지고 있다.

이를 테면 A라는 공연기획사가 B라는 출연진을 등장시켜 C라는 레퍼토리를 공연하는 프로그램이 전국의 D부터 Z까지의 문예회관에서 동일하게 공연되고 있다. 물론, 우수한 공연프로그램을 유치하여 지역민들의 문화적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지역문예회관 운영자들의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일정정도의 비율로 구성되어야지 프로그램 전체가 그러하면 그 문예회관의 특수성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중요한 화두가 바로 “디자인”이다.

1980년대, 영국수상이었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Margaret. H. Thatcher)는 어떤 회의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Design or Resign”. 해석하자면 ”디자인을 하든지 아니면 그만두라“는 의미인데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에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디자인이란 좁게 보면 미술적인 의미의 시각적 요소의 디자인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전국문예회관의 특성화와 아주 밀접하다고 생각하였다. 전국의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동일한 공연들이 넘쳐나 차별성을 찾기 힘든 우리 실정에서는 다가오는 미래에 반드시 이로 인한 위기의 시점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특성화에 성공하여 더욱 발전하는 문예회관과 그렇지 못하고 도태되는 문예회관이 나누어지는 시점이 바로 그것이다.

고양시의 예를 들어보면 타 지역과 다르게 거대한 규모의 아트센터 2개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고양어울림누리는 여타의 지역문예회관같이 여러 가지 공연이 가능한 다목적 공연장으로 건립되었고 고양아람누리는 처음부터 장르별 전용 공연장으로 설계되면서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공연장을 표방하고 있다. 양대 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 부분이 바로 특성화였다. 설계와 용도상의 디자인은 확연히 다르겠지만 프로그램상의 특성화가 되어야 상호 충돌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어울림누리는 다목적 공연장의 특성을 살려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 아트센터를 추구하면서 생활 속의 문화공간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인되었다. 반면 아람누리는 전용 공연장에 부합하게 국내 문화예술계를 선도하는 고품격의 전문 프로그램으로 모든 공간을 디자인하였다. 올해 초 재단이 채택한 양대 아트센터의 홍보문구가 어울림누리는 “생활 속의 예술가가 되는 곳”이고 아람누리는 “세계적인 예술가를 만나는 곳”인데 2가지 공연장의 미래와 지향점을 적절히 드러낸 것 같다는 것이 주변의 중론이다.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는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며 또 다르게 의미를 소급해보면 ‘주변의 것과는 다르게 자신의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펼치는 모든 노력’ 이라고 정리된다.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이란 다른 것들보다 뛰어나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상식이고 그 기본적인 상식을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희생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요즘 우리재단의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디자인’인데, 이제 양대 아트센터의 방향적 디자인은 어느 정도 설정되었으니 세부적인 디자인을 스스로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프로그래밍’이라는 넓은 의미의 업무로도 공연장 운영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프로그래밍에다 자신의, 우리의 색깔을 집어넣는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래밍’은 ‘무엇(What)’이 강조되어 어떤 컨텐츠를 확보하느냐에 집중하였다면, 요즈음에 강조하는 ‘디자인’은 ‘어떻게(How)’를 전면에 내세우며 컨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느냐고 묻는다.

앞으로 문화예술계는 디자인 능력이 부족하면 자연히 뒤쳐지는 시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도래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 부분을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전국문예회관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미리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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