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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문학관이 세워져야 하는 이유

도시 속 ‘상상력의 무대’
‘시민과의 소통’ 공간으로

 

겨우내 묵혀두었던 땅 속 기운이 기지개를 펴며 여기저기서 봄의 힘찬 날개 짓이 이어진다. 세상 한 모퉁이라도 아름답게 하려는 작업일까. 춘심(春心)이 알큰하고 살갑게 전해진다. 예술 중에 가장 선도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이라는 문학도 그렇다. 문학가는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치열한 고통, 환희, 열정 등을 느끼고 감동한다. 정신적으로 자라나고 삶에 눈을 뜬다.

한 도시의 평가척도는 그 도시 문화와 예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물론 도시 발전을 위한 계획적인 건설, 토목, 교육, 조경, 교통, 사회복지 등이 중요한 요건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앞을 내다보면 문화와 예술에 대한 보존과 장려가 도시행정의 중요한 시책이 돼야 옳다. 세계 관광지로 이름이 난 곳은 모두 문화와 예술이 꽃피운 도시다. 박물관과 미술관, 문학관 등 지나간 시대의 유물과 문화유적이 잘 보존 되어 있는 도시다. 로마, 파리, 피렌체, 베니스, 런던, 프랑크푸르트, 본, 그레노블, 모스크바 등의 도시들은 문학과 미술, 음악가들의 기념관이 있다. 세계인들은 그것을 보기위해 찾아간다. 미술관, 문학관, 박물관이 바로 그 도시의 얼굴이다.

우리나라에는 50여 도시에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최근에도 여러 도시에 건립 중이거나 건립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천광역시도 문학관 건립 준비를 위해 자료수집에 나서고 있다. 화성시도 노작 홍사용문학관을 건립하고 있는 등 많은 지자체가 문학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문학관 건립은 어떤 목적의 문학관을 짓느냐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 목적에 따라 장소와 형태가 달라질 것이기에 그렇다. 급한 마음에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문학관의 기능은 물론이고 그 도시가 갖고 있는 문학의 특성을 잘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건물이 다 세워진 다음에는 뜯어 고치기는 어렵다. 종합문학관보다는 특정 주제 또는 특정 인물을 부각하는 문학관이 적절하다. 전시는 육필자료나 책,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학작품 이야기를 영상물로 만들어 문학관에 온 관람객들이 문학작품 한 편을 감상하고 돌아갈 수 있어야 계속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문학관은 휴일에 ‘마음 독하게 먹고 나들이 가는’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 간다니까 따라 나서는 문학관이 돼서도 곤란하다. 다른 볼 일을 보러 시내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길에도 들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가 가벼운 마음으로 들릴 수 있는 장소이어야 한다.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단체관람객 이외에 찾는 사람이 없다면 별 쓸모가 없다. 문학관을 만들어 놓고도 시민과 소통할 수 없다면 문학관을 건립할 이유가 없다.

어느 도시든 문학관은 지자체에 의존하게 마련이다. ‘어떻게 짓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보석이 될 수도 있지만 세금 잡아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문학관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리나라 축제 가운데 가장 관객이 많이 몰리는 축제는 관(官)냄새가 풍기지 않는 부산국제영화제, 보령머드축제와 함평나비축제 정도라고 한다. 관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관냄새를 풍기지 말아야 한다. 관이 짓되, 관의 냄새가 나지 않는 문학관이 성공하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에서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와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작가가 가진 좋은 생각이나 고상한 감성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문학은 상상력의 소산이다. 작가의 상상력의 자유로운 표현이 문학이다. 상상력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다. 도시에 문학관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담겨져 있다.

프로필
▶1944년 수원 출생
▶1977년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석사
▶1979년 농협대학 교수
▶1999년 경기농협본부장
▶2003년~현재 수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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