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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예견된 입학사정관제의 불신 의혹

객관성·공정성 결여
서류보다 개인검증을

 

경찰은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관련한 부정 의혹을 조사 대상인 수도권 36곳 등 전국 76개 대학 중 60여 곳을 조사하였다. 경찰은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험생의 추천서와 수상 실적 등의 전형자료를 대학들로부터 건네받아 지원 및 당락 판정 과정에서의 부정 여부를 분석하고 조사하였으나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보다는 창의력과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고 도입한 입학사정관제에 응시한 학생들이 서류를 조작하거나 내용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선발기준 대신 각 대학의 입학 사정관이 학생들의 특기와 창의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 제도이다. 하지만 부작용과 부정개입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제도 자체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의 성적 외적인 ‘스펙’을 함께 보는 제도다. 학생의 인지적 특성인 사고력, 표현력, 인성 등을 평가하고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면도 평가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전형은 과도한 점수만의 경쟁을 막을 수 있어 일단 좋다.

그러나 이 제도가 안착하려면 입학사정관의 신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원조인 미국도 1930년대에 이를 도입하기까지 8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진통이 있었다. 제도가 제대로 한국사회에 적용되려면 기준의 타당성과 공정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국가주도의 수능시험의 한계를 극복하고, 평준화 정책으로 신뢰성을 잃은 학생부성적을 보완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열린 사고와 다양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오해와 불신의 시발점은 준비없는 정부의 조급증에 있다. 사회구성원의 신뢰를 얻으려면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동의 외에도 제도의 실효성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부의 교육정책에는 신뢰가 부족하다. 정부의 무책임한 교육정책으로 고생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당사자이다. 정책이 소리만 요란하다 망가지는 수레가 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검토와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아직 입학사정관제를 불신하고 있다. 그것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적용 확대를 서두른 탓이 적지 않다. 또한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입학사정관들의 능력과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입학사정관들의 대다수는 그 대학에 오래 봉직하다 퇴직한 교수들이나 입학과 관련한 전문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의 결정에는 권위가 실린다. 또한 대학입시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관련해 입학사정관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도 입학사정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중요한 조건이 된다.

특히 각 대학이 심층면접을 통한 검증 등 대책 마련을 강구하지 않고 대학이 제출된 서류로 학생을 평가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도입 취지가 학생의 인성과 잠재력을 보겠다는 것이므로 제출서류는 단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학생 개인의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해외봉사 등 입학에 영향을 덜 미치거나, 확인이 어려운 서류는 점수에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 수상 경력과 해외봉사 실적 등 이른바 보여주기 위한 자료는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러므로 입학사정관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성적에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기준들이 있다는 점과 더불어 이에 대해 입학사정관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심사해 평가한다는 점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만일 입학사정관에 의한 전형의 결과가 여전히 성적순이라면 입학사정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결과 또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입학사정관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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