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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누가 수원정치판을 흔드는가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직자심사추천위원회가 수원시장 후보자로 심재인 전 경기도청 자치행정국장을 선정한 24일을 임박해 남경필 국회의원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김용서 시장과의 대화 내용을 다 알고 있다. 그럴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후 남 의원은 그로부터 ‘녹취록’이라는 문건을 건네받고 심한 항의까지 받았다.

남 의원의 한 측근에 의하면 남 의원은 김용서 수원시장을 찾아가 지역여론 등 전반적인 선거상황을 전하자 3선 도전의 꿈을 굽히지 않던 김용서 시장은 노발대발 하며 반발했다고 한다. 이렇게 주고 받은 남 의원과 김 시장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남 의원에게 건넨 이는 놀랍게도 한나라당 수원권선구 당협위원장인 정미경 국회의원이라고 남의원의 복수관계자들로부터 확인되고 있다.

한나라당 수원시장 후보자 공천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었던 김용서 수원시장은 남 의원의 방문에 맞춰 대화 내용를 녹음할 준비를 했었고 녹음된 남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즉각 정 의원에게 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김 시장 측이 대화 내용을 녹음해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려고 했는지는 알수 없다. 단지 정 의원이 김 시장의 재공천을 위해 도를 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24일 한나라당 도당 공심위는 12명의 시장 후보자 가운데 심재인 씨를 시장후보로 확정했다. 수원지역 당협위원장들 가운데 남경필 의원과 고희선 영통구 당협위원장은 심재인씨를, 정미경 의원은 김용서 현시장을,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흥석 장안구 당협위원장은 같은 계인 임수복 씨를 추천했다. 도 공심위원 17명의 투표결과 심재인 씨가 9표, 김용서 시장이 4표, 임수복 씨가 4표를 각각 얻었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도 공심위는 심재인씨를 수원시장 후보로 확정했고 중앙당 최고위원회로 넘겨 최종 결정을 남겨 놓고 있었다.

그러나 김용서 시장이 재심을 요구하는 서한을 당 최고위에 올렸고 지난 29일 당 최고위는 결정을 미뤘다. 이 과정에 정 의원이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원지역 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려고 했던 최고위는 남경필 의원의 불참으로 3일 남 의원의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의견 청취에 불과한 요식행위만 남았다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대해 남 의원은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 시장의 재공천에 공을 들여온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미경 의원의 이같은 돌출행동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정 의원의 처사를 두고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부정하려는 독주라며 지역정가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 도당 공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당협위원장은 물론 17명의 도당 공심위원들이 공정한 조사와 현장실사, 심층면접을 통해 결정된 사항에 대해 재심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초선의원으로 지난 2월 정몽준 대표체제의 대변인을 맡은 정 의원은 김 시장의 공천이 물건너간다는 것을 의식하고 중앙당쪽에 수원시장 공천과정을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의원이 김 시장을 감싸는데는 18대 총선 당시 소위 낙하산 공천으로 생면부지인 수원 권선구에 내려왔을 때 당시 김 시장이 직계가족을 보내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준데 대한 보답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총선이 끝난 지난 2008년 7월 30일 ‘정미경 국회의원 후원회 및 지역사무소 개소식’에 김용서 시장이 참석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정 의원이 도움을 준 김 시장의 공천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당협위원장과 도당 공심위원들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식의 정치는 스스로의 입지를 좁힐 뿐이다. 정 의원의 지역구인 권선구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기초, 광역의원 후보들이 탈당 후 무소속연대를 추진하고 있어 한나라당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 의원은 지역구 지방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당 공천자보다 무소속 후보자를 먼저 소개해 참석한 당직자들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외교부 산하기관이 국비를 지원하는 당원내대표 유럽출장팀에 가족을 동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대변인으로서 날카로운 언변으로 정국을 주도하기도 한다. 노후한 X레이 검사장비로 도내 14만명의 학생이 방사선에 노출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경기고등법원 유치를 주도한 이도 그다. 그러나 정 의원은 낙하산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수원 권선구에 내려온 인사여서 그런지 수원의 정서를 읽는 정치적 감각은 뒤떨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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