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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선녀와 나무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아마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선녀와 나무꾼에 관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산속 총각에게 찾아온 선녀와의 결혼, 그러나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시작된 결혼생활은 위태하게 이어져 가고 결국 슬픈 전설이 된다. 현대에도 이런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바로 국제결혼이다. 최근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씨의 살해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국제결혼에 대한 한국사회의 잘못된 인식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

지금의 국제결혼은 대략 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주한미군이나 다른 외국인과 결혼하는 일이 간간히 있었다. 그러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이후, 특히 한국과 중국의 국가대표 탁구선수인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결혼은 국경과 이념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한국사회에 강한 충격을 줬다. 이후 소위 ‘연변처녀’와의 국제결혼이 시작됐고, 국내에서는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간의 결혼이 이뤄지게 됐다. 같은 시기에 모 종교단체를 통한 합동결혼식이 시작돼 일본, 필리핀, 태국 등의 이주여성들이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 그러다 2000년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하는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아시아 여러나라와의 국제결혼이 생겨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결혼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의 국제결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첫째, 국제결혼을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을 위해 준비할 것은 결혼비용 뿐 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국제결혼을 감행하게 된다. 결혼 후에도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결혼은 한국여성과의 결혼보다 더 어렵다. 같은 교육, 같은 사회, 같은 문화, 같은 민족정체성, 같은 언어를 가진 한국사람끼리의 결혼생활도 어려운 데 국제결혼은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아니 두 나라가 만나는 것이다. 더 많은 노력과 준비, 소통을 해야한다.

둘째, 국제결혼은 돈 주고 사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한국사회의 인식이 아니라 국제결혼을 한 가족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주에도 두 명의 이주여성이 이런 상담을 했다. 한 여성은 널 데려오느라 1천500만원을 들였으니 매달 60만원씩 갚으라며 직장에 보냈다고 한다. 또 다른 여성은 ‘돌아가려거든 다 갚고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 캄보디아정부는 한국과의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한국과의 국제결혼을 금지시키는 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사실 국제결혼이 드는 비용은 대부분이 한국인의 항공료, 호텔료, 여행비, 현지결혼식비용, 신부의 입국비(서류,항공료), 모집책수수료, 중개업체 수임료로 쓰여지지 신부나 신부가족이 가져가는 것은 거의 없다.

셋째, 결혼이주여성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녀를 잡아두기 위해 그녀의 날개옷을 감춘 것처럼 이주여성을 언제 날아갈 지 모르는 외국인으로 규정하고 그녀들의 날개를 꺽는 일을 계속한다. 한국말을 빨리 배우면 도망간다, 직장생활을 하면 도망간다, 국적을 취득하면 도망간다, 등의 이유로 그녀들의 날개를 꺽는다. 얼마전 한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를 찾아달라는 전화가 왔다. 그녀의 신분은 외국인인 국민의 배우자(F-2)였다. 한국에 온 지 8년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여전히 가족들은 그녀를 언제 도망갈 지 모르는 외국인으로 생각하고 국적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이 여성은 가족이지만 아무도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를 붙잡을 수 있는 수단을 자꾸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에서의 그녀의 자리다.

지금의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의 도덕성의 문제는 심각한다. 사실 이들은 국제결혼가정의 행복이 아니라 수익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인권단체에서 중개업체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강조하지만 정부는 기껏해야 영업정지나 폐업정도로 마무리 한다. 일부 지자체들은 업체에 결혼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며 국제결혼을 권장하고 있다. 온 나라가 선녀를 잡으러 다닌 것 같다. “선녀를 찾아(잡아)주세요~” 모 가수의 노래소리가 온 나라에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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