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의 미군 사망과 관련, "워싱턴시(市)가 바그다드 만큼 크다고 가정하면 한달에 215명꼴로 살해되고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자 사설에서 "이라크의 치안부재는 심각한 문제이며 럼즈펠드씨는 워싱턴시에 무책임한 비평을하기보다는 그곳(이라크)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18일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이라크내 미군들에 대한 공격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도시에서는 폭력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워싱턴의 살인사건 비율을 바그다드와 비교했다.
인구 57만6천명인 워싱턴 시의 지난해 살인건수는 262명으로 만일 워싱턴이 인구 550만명인 바그다드 처럼 큰 도시였다면 한달에 약 215명꼴로 살해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럼즈펠드 장관의 계산이었다. 즉 인구가 10배이면 살인사건도 10배가 될 것이라고 추론한 것이다.
이같은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워싱턴 시(市)는 즉각 비난성명을 냈다.
민주당인 앤서니 윌리엄스 시장이 럼즈펠드 장관에게 "전쟁을 선포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윌리엄스 시장은 성명에서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불행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며 분별없는 것"이라면서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의 시장들과 주지사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분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브라이언 휘트먼 부대변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휘트먼 부대변인은 "장관의 발언은 워싱턴시를 비방하려는 뜻이 전혀 아니었다"면서 "그는 인구 550만명인 바그다드와 비슷한 크기의 미국 도시들에서의 무차별 폭력사건들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과거에도 "퉁명스러운" 실언으로 관련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는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 국가들을 가리켜 `늙은 유럽'이라고 말해 유럽국가의 비난을 받았고 소집에 응한 신병들이 미군에 "별로 가치가 없다"고 말해 자원입소한 장병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