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 ‘맥간공예가’ 이상수 작가

작가의 작품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 등의 방위신을 표현한 사신도를 기본 모토로 수호신적인 역할을 했던 사신도의 복록, 다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삶에는 사람에 상처받고 실망하는 일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남을 해하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강함을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릿대 예술의 금빛 진화 스스로 강한 삶 묻어나죠

빛을 머금은 보릿대가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맥간(麥稈)공예’. 언뜻 보면 자개공예와 비슷한 듯하지만 보릿대의 부드러움과 유연한 빛깔은 자개에 비할 바 없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쪼개 한 쪽 면을 도안에 따라 오려붙이고 표면에 옻칠을 입히는 독특한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빛을 머금은 보릿대가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맥간(麥稈)공예’. 언뜻 보면 자개공예와 비슷한 듯하지만 보릿대의 부드러움과 유연한 빛깔은 자개에 비할 바 없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쪼개 한 쪽 면을 도안에 따라 오려붙이고 표면에 옻칠을 입히는 독특한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빛의 각도,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이 살아나며 그 아름다움은 생활에 품격을 높여주고 활력을 주기도 한다. 수원을 본거지로 맥간공예를 창시하고 기술 전수를 통해 그 줄기를 이어가는 맥간공예가 이상수(46) 작가를 만나 그의 작품인생 여정을 따라가 봤다.

본래 그림을 그렸던 이상수 작가는 1979년 순수회화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공예 작업에 빠져들게 된다. 경북 청도 동문사에서 불교 미술을 배우며 생활하던 중 논에 세워둔 보릿단이 계절이 지나도 썩지 않는 것을 보고 그 내구성과 부드러움을 체득하게 된 것. 이후 보릿대를 응용해 예술작품 만들기를 고안해냈다.

“사람들은 밀짚모자를 말 그대로 지푸라기로 만드는 줄 아는데 실은 보릿대로 만든다. 그것을 ‘맥고모’라 부른다. 절 아랫동네 사람들이 보리 줄기로 밀짚모자, 반짇고리, 베개문양 등을 만드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절에서 생활했기에 재료 접근이 수월했다. 3년여 기법을 연구하고 보릿대 잇기, 도안 작업 등에 몰두했다.”

응용미술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과 작업의 즐거움은 20여 년 세월 동안 그를 맥간공예 작업에만 붙들어놓았다. 맥간공예 작품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자개’의 느낌과 유사하다. 자개는 푸른빛을 띠며 재질이 단단해 끊어지는 질감을 갖고 있지만 맥간은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이다. 보릿대는 90도로 구부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사용하는 재료의 성질을 알아가는 과정은 열 길 사람 속을 알아가는 것만큼이나 섬세한 관심이 필요했을 것.

보리는 종류가 많지만 맥간 공예 작품은 가을에 심고 봄에 거두는 남부지방의 쌀보릿대를 사용해 만든다. 통이 굵고 광택이 좋은 보릿대의 줄기를 뜨거운 물에 삶아 끈적끈적한 진물을 빼고 하루 정도 그늘에 말린다. 보릿대의 마디를 잘라 한쪽을 쪼갠 후 문질러 반듯하게 펴고 도안에 맞게 모자이크처럼 잘라붙인다. 그 위에 투명한 칠을 입히면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 이 독특한 예술장르는 특허청으로부터 5개의 실용신안을 받았다.

“어떤 작업을 하든 우선 숙련된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 기술에 자신의 개성을 가미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자신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 작품에는 인생이 묻어난다.”

 

 


이 작가가 맥간공예를 시작하기 이전에는 ‘맥간’이라는 말이 없었다.

“옥편을 뒤져 보릿대로 만드는 작업에 걸맞은 이름을 만들어냈다. 1995년 ‘맥간’ 이름에 대한 서비스상표권특허출원을 신청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응용까지 하고 있어 아쉽게도 특허권을 얻지는 못했다. 대신 그만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 됐고 앞으로 맥간공예가 생활 깊숙이 자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얻게 됐다.”

이 작가의 작품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 등의 방위신을 표현한 사신도를 기본 모토로 한다. 수호신적인 역할을 했던 사신도의 복록, 다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삶에는 사람에 상처받고 실망하는 일들이 허다하지 않은가. 남을 해하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강함을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러한 예술성, 기술, 뜻이 잘 융화된 작품들이 알려지면서는 가구, 생활용품 등에 응용하자는 사업제의가 수차례 들어왔다. 하지만 이 작가는 맥간공예 작품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지는 데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공예의 예술성, 장인정신을 살려 그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힘을 쏟기로 한 것. 이후 그의 작품은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보리를 이용한 옛날 작품을 감정하는 자리에 맥간공예 작품을 선보여 보리의 아름다운 변신을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게 했다.

처음 10여 년 동안 전업작가로 공예 작업에 몰두했던 이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수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맥간공예 작가 이수진을 비롯해 50여 명의 문하생이 있으며, 문하생들의 제자, 제자의 제자까지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모임인 예맥회도 1991년 창단된 이후 수원을 중심으로 오산, 청주, 천안, 전주, 구미, 음성, 광주, 거창, 부산 등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 그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이 작가는 최근 한국·동양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신화나 철학을 모티브로 작업 중이다. 또 금박 연구에 몰입해 우리나라 공예에 또 다른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금박, 칠공예의 기술로 유명한 일본 가나자와의 금박을 우리 공예에 응용해 1만분의1mm 금박을 이용한 섬세한 작업을 펼치는 것.

“제자들을 통해 뿌리를 튼튼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자 없는 스승은 필요 없다. 길이 없는 땅을 갈고 닦아왔다. 그 길이 멀기도 할 것이고 어느 때는 갈라져 나가기도 할 것이다.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끝까지 가기 위해 맥간공예가로 성장할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해외 진출에도 힘써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약력

개인전 7회

2009 한·중·일 초대전(세종문화회관 별관)

2009 중국 제령시 박물관 초대전

2001 한국·홍콩 미술 교류전

2008 대만 시립 문화 중심 초대전

2007 싱가폴·한국 미술 교류전

2007 홍콩 센젠 아트페어 초대전

1997 중국 텐진 미술대학 초청전

1991 동남아 미술 초대전(태국, 대만)

1988 KBS 부산방송 신관 개관기념 초대전

수원문화원 초대작가전 외 그룹전 수십 회 출품

2010 아세아 미술 초대전 초대전 대상

2003 제 37회 국제문화상 수상

2003 국제 서화 예술명인 선정

2003 ‘경기으뜸이’상 수상

아세아미술초대전 초대작가 및 운영위원 역임

한국문화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국제문화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현 맥간공예연구원장 및 예맥회 상임고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