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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화성내 區청사 건립계획은 졸속행정

 

6·2 지방선거전이 치열하게 달아 오를 즈음인 지난 5월 12일 염태영 당시 민주당 수원시장 후보는 화성행궁 앞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후보의 말을 취재하려는 기자보다는 수원시의 화성개발계획에 따라 재산권에 제약을 받고 있었던 지역주민들이 더 많이 참석했다. 이자리에서 염 후보는 ‘화성복원 프로젝트’공약을 발표했다.

염 후보는 “기존 수원 화성 복원사업은 물리적 환경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나 화성 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화성복원 프로젝트의 골자는 화성내 주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악한 주거환경속에서 삶까지 팍팍한 주민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염 후보는 시장에 당선됐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그 청사진이 제시됐다. 염 시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팔달구청을 성곽 내로 이전하기로 최종 결정했고 현재 신풍지구 등 대상 부지를 압축해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지상 부분은 전통적 한옥 방식으로 건립하기로 하고 내년중에 설계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화성행궁 광장 주변 신풍택지지구내 7천㎡를 청사 부지로 하고 올 연말까지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시는 부지를 확보하면 150억~200억원을 들여 오는 2013년까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천㎡ 규모로 건립, 팔달구청을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사적3호)행궁 주변에 구청사 신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화성행궁 복원을 추진한 사람은 지난 95년 민선 시장에 당선된 고 심재덕 전 국회의원이었다. 심 전 시장은 수원문화원장 재직 당시부터 화성행궁 복원과 함께 수원천 복개를 반대하는데 앞장서 왔었다.

심 전시장은 화성안을 축성당시인 200년전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소요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벌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때 염 시장도 심 전시장과 맥을 같이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행궁주변에 구청사를 짓겠다는 시의 계획은 졸속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행궁주변에 위치해 있던 100년의 역사를 지닌 우체국을 정자지구로 이전했고 또 학교설립 114년의 역사를 가진 수원신풍초등학교를 다른곳으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청사가 건립되면 현재 복원작업이 진행 중인 화성행궁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는 2013년이면 복원이 완료된 단층으로 구성된 화성행궁을 압도해 행궁의 모습을 초라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화성행궁 성역화를 위해서 일반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면서까지 사업을 추진하던 수원시가 오히려 청사를 건립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문화계 인사들조차도 “행궁광장 주변인 신풍지구에 대형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화성복원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수원시가 화성내에 대형건물을 건립하고 공무원들을 입주시켜 이들로 하여금 성안의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의도 쯤으로 읽혀진다. 공무원들이 인근 식당에서 밥 끼니나 때우는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수원시가 화성내에 구청사 건립을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전체적인 화성복원 밑그림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 속에서 구청사 건립 따위의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성안에 구청사를 건립하려는 수원시의 계획은 한치 앞 표만 의식한 졸속행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80년대만 해도 남문상권은 전국 5위 안에 손꼽는 대규모 상권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부침을 겪으면서 과거의 영화는 찾아볼 길이 없다. 관계공무원들은 밤에 남문을 나가보라. 저녁 8시면 상가가 철시해 썰렁하고 아예 빈 상가도 많이 눈에 띈다. 수원천변 공영주차장도 사라진다. 차 댈곳이 없어 아예 남문상권은 수원시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발마적인 인기영합주의는 곧 한계를 드러낸다.

어느 정치인도 남문 상권을 살려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상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는 도로 딱아주고 건물이 지어주고 재래시장 살렸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결국 상권은 살아나지 않았다. 정조대왕이 화성 축조당시 백성들을 위해 수리시설을 만들었듯 수원시도 시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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