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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무상급식 선회 지나치다

 

무상급식의 원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지난해 주민 직선으로 당선된 김 교육감은 당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다. 그 위력을 피부로 느낀 민주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채택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나라당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반대 했지만 그 표의 위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제 무상급식은 대세론을 타는 것 같다. 무상급식을 능가하는 파괴력 있는 그 어떠한 정책공약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필패’일 수 밖에 없다는 위기론이 한나라당을 엄습해 오는 듯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히 반대해 왔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정치가도에도 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본보의 지적대로 경기도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친환경 학교급식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이 주장해온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주는 대신 김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행사성 예산과 맞바꿔치기 하는 ‘빅딜 예산’이 현실로 드러났다. 김 지사는 도의회와 협상을 벌여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58억원에서 400억으로 대폭 늘려줬다. 대신 자신의 역점사업인 국제보트쇼. 세계유기농대회 등의 예산과 홍보 예산 삭감을 막아냈다. 그동안 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무상급식의 길을 터주는 결과를 가져와 이른바 무상급식에 ‘백기투항’ 했다는 확대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본보의 ‘빅딜 예산’이라는 보도에 대해 경기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일축하고 있다. 최우영 경기도 대변인은 “보도가 잘못됐다. 무상급식 아닌 김 지사의 오랜 지론인 친환경 급식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언론 보도대로 빅딜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야당의 동의도 구한 김 지사의 정치적 역량이 돋보인 사례”라는 말도 덧붙였다.

유연채 정무부지사도 “여당 집행부와 야당 도의회가 원만한 타결을 통해 새해 예산을 통과시킨 것은 새로운 정치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친환경 급식예산은 무상급식과는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도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고영인 대표는 “다른 예산 항목과 다르게 해당 예산은 친환경 학교급식 등 지원으로 돼 있고 ‘등’을 넣은 이유는 친환경농산물 지원 외에 무상급식과 다른 항목으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며 경기도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변명이 궁색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최우영 대변인이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에서 조례를 놓고 몸싸움을 하는 등 시끄러운데 경기도까지 그렇게 하는 건 도민들의 여망에 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무상급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은 무상급식에 슬그머니 올라타기 한 도의 입장변화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빅딜 예산’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16일 도청 홍보관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도의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은 도의회와 경기도가 윈-윈한 것이다”며 홍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무상급예산이나 친환경 급식예산이 같은 개념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는 극구 부인했다.

내년도 경기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김 지사가 친환경 급식예산 편성에 동조해준 것이 자칫 무상급식 선회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소위 김문수 지사의 ‘입’이 총동원돼 홍보전을 펴는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무상급식의 파괴력을 알고 있는 대권 잠룡 김 지사 측근들이 멀리할 수도, 그렇다고 당장 가까이 할 수도 없는 무상급식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시의회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무한 대립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여소야대의 의회에 참패해 정치적 타격만을 안겨줄 수 있다는 상황 논리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후문이다.

요즘 항간에는 김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내년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경기도지사 보궐선거가 이뤄지면 무상급식의 원조격인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무상급식의 파괴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시의회와의 대립을 격화시켜 온건 이미지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력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문수 지사는 도의회와 타협하는 포용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선거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모두 무상급식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전유물이었던 무상급식이 당을 넘어 선거전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형국이다. 대권판도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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