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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기계화된 사회, 한발 물러서...

“별이 빛나는 밤에, 사연을 써내려가. 색색깔의 볼펜들로 내 맘 엮어갔었지.” 최신가요를 듣던 중 이 구절을 들었을 때, 갑자기 옛 추억이 떠올랐다. 어릴적 라디오에 사연을 보낼 때 사연이 눈에 띄게끔 엄청 꾸며서 보냈었는데, 요즘은 이런 걸 보기가 참 힘들다. 라디오를 듣고 사연을 전해보고자 방법을 봤더니 인터넷에 써서 올리거나 핸드폰으로만 전송하란다. 세상 참 편해졌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인간미가 좀 결여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자랑스러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었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1위라는 기사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는 자살률 역시 상위권이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자살률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디지털시대의 전성기를 맛보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것이다. 인간미가 결여된, 기계와 소통하고 기계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경우가 다수였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위해 개발된 기계가 사람을 역으로 먹어버렸다.

몇해전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느리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신들만의 페이스에 발맞춰 나간다. 하루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한국 사람은 왜 이리 매사에 서두르냐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가서 처음 배우는 단어가 ‘쯔빳쯔빳’이라는 단어이다. 직역하면 ‘빨리빨리’인데, 한국인의 서두르는 정서를 언어를 배우는 것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나라는 개발도상국임에도 인간미가 넘친다. 학교가 주체가 돼 빈민가에 봉사를 자주 다녔는데, 후에 인도네시아 아이들의 감사의 편지를 받아 읽어보면, 비록 드문드문 알아들어도 한국어로 된 전자우편을 읽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사람이 체하면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쉬듯, 우리도 기계를 이용한 편리화만 추구하기보단 사람 냄새를 되찾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서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 밤에 라디오 사연을 꾸미며 여유롭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처럼.

/지영택<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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