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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경기도청 ‘토요장터’의 여유

 

매주 토요일 경기도청 광장에는 토요장터가 열린다. 도청 신관앞 4차선 양쪽에 작은 포장 안에 펼쳐지는 30여개의 가게에는 서민들의 마음에 꼭 드는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먹을 것으로는 떡, 쌈, 잣, 인삼, 순대, 계란이 있고 끓여서 마시는 결명자, 계피 등 약재가 전시된다.

벼룩시장도 있다. 깔끔한 중고품 옷을 고르는 재미가 있고 새 것처럼 깨끗한 가방도 손님을 기다린다. 옆칸에는 여성용 브로찌등 장신구들이 1970년대 박물장수 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다양하게 반짝거린다.

통통한 순대 옆에는 오징어 순대도 함께 미각을 자극한다. 초콜릿색 순대는 추억을 불러오는 서민의 음식이 아니던다. 불을 꺼도 식지않는 무쇠솥에서는 추어탕, 내장탕, 육개장의 구수한 냄새로 손님을 부른다. 설렁탕 냄새값을 내라하니 동전소리를 들려주었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난전의 설렁탕집 풍경이 이러했을 것이다.

냄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있다. 작은 화분의 선인장과 함께 무지개색보다 더 많은 색상들이 어우러진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어 마치 봄에서 여름을 향해 가는 듯 화사한 것이 아직 나목으로 둘러싸인 주변경관과 대비된다.

이런 장터를 오가는 분들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급한 일도 없고 힘든 것도 없어 보인다. 차분하게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모습이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무렵’ 이다. 손님이 다가서도 ‘편안하게 골라보고 결정하라’는 듯 주인아저씨는 딴청을 부린다. 입구에서부터 호객을 하고 물건에 손만대면 '요즘 잘나가는 물건‘이라면서 카드를 꺼내라고 숨통을 조이는 다른 매장과는 다르다. 쌈꺼리를 한웅큼 집어들어야 2천원이라는데 또한줌 덤으로 주는 아주머니의 인심이 좋다.

경기도청 토요장에서는 매장이 수평으로 전시된다. 수직적으롤 전시되는 백화점, 마트와 다르다. 모든 제품들이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찬찬히 살피고 꼼꼼히 따져서 살 수 있다. 다른 물건과 충돌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충동구매가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필요한 품목만 사게 되며 집에 가서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물건 구매자는 실수요자다. 다른 물건 사러 왔다가 급하지 않은 물건을 사고 후회한다는 충동구매가 없다. 오늘저녁 가족의 식탁위에 차려질 반찬을 생각하며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재미가 있다. 카트에 가득 담아 바코드를 다 찍고 나서야 너무 많이 구매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없다.

물건을 살 때마다 현금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마음의 조절이 가능하다. 구입한 물건을 손에 들고 다음 코너에 가야하기 때문에 손으로 들기에 무거워지만 더 이상 충동구매할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더 사야 한다면 더 많은 손이 필요할 것이다. 물건 값이 싸고 비싼 것을 떠나서 주중에 토요일 오전을 정해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잡고 경기도청 토요장터에 와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여유와 낭만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혹시 논술이나 수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경기도청 토요장터 ‘가족형 쇼핑’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강석 공무원

▲ 경기도청 언론담당관 ▲대외협력담당관 ▲체육진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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