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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데이트 폭력 법적보호 필요하다

 

지난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삼십 여분 동안 마음앓이를 했다.

탑승구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이십대로 보이는 두 남녀를 지나치고 있는데 갑자기 남성이 소리를 지른다. “내가 가자고 하잖아. 따라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역사 안의 의자에 앉아 지켜봤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갑자가 남성이 여성의 손목을 움켜쥐고 기둥 뒤로 끌고 갔다. 처음에 여성은 가겠다고 하면서 손을 놓으라고 하다 지나던 사람들이 흘끔거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여성은 포기하고 따라갔다. 기둥 뒤에 일부분 가려졌지만 더러더러 남성의 손이 여성을 향해 움직일 때마다 여성이 움찔움찔 거리는 모습 속에서 그 여성이 느끼고 있는 폭력의 위협이 바라보고 있는 내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한참이 지나 ‘야, 너 정말 죽을래?’하는 남성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여성이 눈물을 훔치며 급히 탑승구로 뛰어내려가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딸에게 방금 전의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가 한 마디 툭 내뱉는다. ‘엄마, 나도 지하철에서 가끔 그런 광경 봐요. 얼마 전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남자가 자기 여자친구 뺨 때리는데 여자가 챙피해서 그런지 ’제발 제발‘ 하면서 빌던데…’

‘뭐 연애하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하거나 ‘사랑싸움이지 뭐’로 가볍게 넘기는 데이트폭력은 이렇게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의 통계분석에 의하면 지난 3년간(2007~2009)년 성폭력상담(1천362명)의 30.2%(412명)가 데이트 성폭력상담이었다.

그 중 유형별로 보면 데이트폭력 중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피해만 호소한 경우는 모두 89명(21.6%)인데 뺨을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고 목을 조르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일반적으로 경미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폭력에서부터 생명의 위협까지 여성들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폭력피해를 경험했다.

데이트폭력의 반인권성이나 위험성은 피해경험을 호소해 오는 여성들이 단지 일회성 폭력만으로 상담을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력으로 피해자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가해자를 변화시킨다거나 폭력을 중지시키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지점에서 상담소를 찾아온다는 것에 있다.

연애관계는 상호간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내밀한 감정교류 속에서 지속돼야 친밀감과 삶의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데이트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피해자는 상실감이나 자존감 위축 등 더 큰 고통을 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이 폭력에 시달리다 관계를 중단하고 싶어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구성원의 안전에 대한 염려, 부모의 실망 등 자신의 피해가 가족이나 지인으로 확대될 것을 염려해 심하게는 십여년 가까이 데이트폭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심리적 피해 외에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폭력에 놓여 있으면서도 현행 법체계 안에서 데이트폭력의 경우 폭력관련 법체계 안에서 처벌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 설령 피해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제대로 피해자가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처럼 데이트관계에서도 가해자 처벌을 위해 접근금지명령 등 법적 조치와 데이트폭력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받고 즐거운 데이트관계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우리 모드 상대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수정 부천여성의전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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