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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싸이 "전국의 야구장이여 기다려라 내가 간다"

‘싸이 소극장 스탠드’ 전국 투어
연출·무대 장비 큰 공연 못지않게
중장년층 맞춤 레퍼토리도 준비
‘보고싶은 공연 TOP3’에 들고파

 

지난 3개월간 전국 소극장에서 공연한 싸이(34·본명 박재상)는 무대마다 3천㎉씩 소비했다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싸이와 인터뷰 한 2일은 그가 지난 2월부터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총 3만 관객을 모은 ‘싸이 소극장 스탠드’ 공연을 마친 다음날. 지난 1일 마지막 무대인 청주 공연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한 그는 함성의 여운이 가시질 않은 듯 에너지가 넘쳤다.

싸이의 소극장 전국 투어는 사실 공연계에선 ‘반전’으로 여겨졌다.

그가 2009년 제대 후 김장훈과 체조경기장, 올림픽주경기장 등 대형 무대에서 합동 공연을 했기에 1천~1천500석 규모에서 잔재미를 끌어낼지, 홀로 장기 공연할 ‘끈기’가 있을지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싸이는 “군 시절 매주 화요일 ‘위문 열차’ 공연을 다닌 덕에 이미 내 몸은 장기 공연에 사이클이 맞춰져 있었다”고 너스레부터 떨었다. 이번 투어는 ‘공연형 가수’로 불리던 그에게도 꽤 자극이 된 듯 보였다. 무대에 대한 자만심, 관객에 대한 얕은 생각들이 여지없이 깨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소극장이 대형 공연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작은 무대일수록 제가 크게 보이니 세심한 연출이 필요했어요. 관객과 일대 일로 눈을 마주치니 체력 소모도 훨씬 컸고요. 소극장을 돌며 ‘내가 그간 무대를 만만하게 생각했구나’, ‘내가 잘하니까 관객들이 날 보러 왔다는 생각이 교만했구나’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매 공연마다 첫 곡부터 앙코르 곡까지 기립해 환호해 준 관객들로 인해 콧잔등이 찡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일상에 찌든 관객들이 제 무대를 보며 위로받고 싶어하는 눈빛을 매번 읽었어요. 예전엔 관객을 이기려고 ‘오늘 다 죽여버릴꺼야’란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와주셔서, 소리질러줘서, 함께 노래해줘서 고맙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이미 이런 감정을 경험했던 김장훈이 연출을 맡은 덕택에 싸이는 애초부터 소극장 투어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버렸다고 했다. 음향을 위해 대형 무대 규모의 스피커를 설치했고, 엄청난 양의 레이저를 쐈으며, 깜짝 퍼포먼스를 위한 크레인까지 동원하는 등 제작비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싸이는 “김장훈 형님의 조언대로 작은 공간에 대형 공연장의 연출적인 요소를 쏟아부으면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았다”며 “제작비는 체조경기장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티켓 구매층이 10~4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던 터라 중장년층을 배려한 레퍼토리 선정에도 신경 썼다고 했다.

“많은 공연들이 ‘여학생’ 관객이 주축이라면 제 공연 관객은 다세대예요. 그중 중장년층 관객은 20~30대보다 훨씬 열정적이죠. 사실 그분들이 음주없이 즐길 놀이 문화가 별로 없잖아요. 유일한 장소가 공연장인 듯해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건강하되 건전하지 말자’인데 그분들이 그런 무대를 볼 때 나이를 잊지 않을까요. 이번엔 1990년대 유행한 댄스와 록 메들리를 넣었는데 그분들을 위한 레퍼토리를 앞으로 더 개발하려고요.”

그렇다면 싸이가 생각하는 ‘명품’ 공연의 조건은 뭘까. 그는 “첫번째는 관객, 두번째는 가수의 연습량과 히트곡, 세번째는 모든 연출 요소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이라며 “생일 케이크를 얼굴에 때릴 때 타이밍이 언제냐에 따라 웃으며 감동받을 수도 있고 울면서 집에 갈 수도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는 앞으로 ‘싸이’보다 ‘싸이 공연’이 더 인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티켓 예매 사이트의 공연 감상평을 보면 ‘싸이 공연을 보고 팬이 됐다’는 글들이 많아요. 그건 이전엔 팬이 아니었다는 의미죠. 그럼에도 비싼 티켓을 구입해 제 공연을 봤다는 건 제 무대에 대한 공신력이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 같아요.”

이어 그는 “공연이 매진되는 건 관객이 ‘사람(가수)’보다 ‘상황’에 더 매료된 것”이라며 “상황은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내가 늙어도 같은 감성을 느끼게 해 줄 상황을 제시한다면 공연의 생명력은 길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깨달음 끝에 그가 도전하고 싶은 새 무대는 ‘야구장’ 투어다.

“전국 야구장 투어가 꿈이에요. 평소 야구장에 즐겨가는데 탁 트인 공간에서 가수와 관객이 하나되는 걸 상상만 해도 설레요. 향후 제 공연이 ‘랜드마크’까진 아니더라도 ‘보고 싶은 공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이달 한달간 대학 축제 무대에서 학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 후 여름에 신곡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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