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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유치원 의무교육 시도는 좋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터득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미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해 한글을 배워 읽고 쓰기를 웬만하면 다 할줄 안다. 기본적인 덧셈 뺄셈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배워도 늦지 않을 것들을 이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닥달해 가르친다. 또 한글을 읽고 쓰는 모습을 보며 학부모들은 기특해 하기도 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공부라는 굴레에 일찌감치 예속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꼭 거쳐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에서는 놀고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대화하는 정도로 시간을 보내도록 하면 어떨까. 초등학교 입학해서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여러 과목들을 배우면 되건만 이미 입학 전 사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초토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 전 사교육이 단순히 의무교육으로 전환이라면 곤란하다. 야권에서 선거 때마다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들고 나왔을 때 예산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정부에서 만5세 어린이에게 국가가 정한 공통과정을 가르치기로 했다고 한다. 내년부터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연간 1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만 5세 교육·보육비의 3분의 2 정도를 정부가 지원하고 이를 매년 늘려 2016년에는 거의 전액을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의무교육이 현재 9년(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매년 만 5세 어린이 40여만 명이 혜택을 본다고 한다.

이같은 정부 정책은 좋은 점도 있다.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취학 전 유아의 99.8%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정도라면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도 의무교육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 중의 하나다. 이번 계획은 젊은 부부의 사교육비와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특히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에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때 이른 교육비 부담으로 부모의 등골이 휘고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유아 교육비가 부담돼 둘째나 셋째의 출산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동생을 낳아 기를 돈으로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니 유아 사교육비가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밖에 없다.

질 좋은 조기교육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초중고 교육에서 뒤처지는 것을 막아 평등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만 5세 공통과정’을 정교한 교육 모델로 다듬는 등 앞으로 공을 더 들여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공교육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예산마련에도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3일 초등학교에 이어 공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올 2학기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시행을 위한 예산 확보 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설익은 발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은 유치원 무상급식에 연간 600억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보편적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정치권의 이견이 있어 도의회에서 해당 예산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편화 돼 있는 만 5세 어린이 교육에 정부가 관여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나 지방교육당국이 학부모들에게 선심쓰듯 예산을 수반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또 정부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유치원 의무교육은 우리 교육계에 큰 사건에 해당한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시대상에 맞게 새로 짜야 하는 등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교육당국의 시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에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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