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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빙의, 색다른 캐릭터… 힘든 만큼 재밌었어요

종영 SBS드라마 ‘49일’서 일명 ‘빙이경’ 열연한 이요원

 

이요원(31)이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덕만공주로 분해 고현정의 짱짱한 미실과 맞섰던 그는 이번에는 다른 이의 영혼에 몸을 빌려주는 빙의된 인물을 연기하며 독특한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그가 넘나든 두 캐릭터는 분명 달랐지만 둘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웠고 후반으로 가면서는 빙의가 됐으면서도 되지 않은 척, 빙의 되지 않았으면서도 빙의된 척해야 하는 고난도의 연기도 무리 없이 해내 박수를 받았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SBS ‘49일’에서 삶을 포기하려는 송이경과 생판 모르는 남인 신지현(남규리 분)의 영혼이 빙의 된 ‘빙이경’(시청자가 붙여준 별명)의 두 가지 역할을 오간 이요원은 “‘49’일의 주인공은 송이경도, 신지현도 아닌 빙이경이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경기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초치기’ 촬영 중이던 그와 ‘번개 인터뷰’를 했다.

- 1인 2역을 해낸 소감이 어떤가.

▲1인 2역이라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오는 빙의 된 캐릭터라 기존 1인 2역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처음에는 좀 힘들긴 했는데 그렇다고 많이 계산하지는 않았다. 소현경 작가님의 대본이 워낙 꼼꼼해서 거의 대본대로 했다. 처음에는 감정선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서 몇 번 지적을 받았는데 그 후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인물들을 잡아나갔다. 다른 역에 비해 에너지가 두 배로 들었지만 다양한 연기를 해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한 우울한 이경과 밝고 긍정적이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부잣집 딸 지현을 오가면서 이것저것 해봤다. 개인적으로 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 드린 것 같아 기분 좋다.

- 빙의된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게도 모험이었다. 작가님도 드라마가 외형상으로는 신지현의 이야기지만 송이경의 몸에 빙의된 신지현이 극을 이끌어가는 것이라 내가 잘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 말만 믿고 따랐다. 처음에는 팬들도 신지현의 이야기가 아니냐며 아쉬움을 토하더라. 그래서 내가 팬 갤러리에도 글을 남겼는데, ‘49일’은 빙이경이 주인공이고 빙이경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실제로 연기를 하다보니 빙이경이라는 나만의 캐릭터가 생겼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송이경과 신지현이 자꾸 분리됐는데 그때는 팬들이 오히려 송이경보다도 빙이경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같더라.(웃음) 나 역시도 빙이경이 안 나오니까 좀 섭섭했다. 물론 힘들었다.

특히 멜로 연기가 힘들었다. 이경이 지현을 이해하고 지현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부터 강(조현재)과의 멜로 부분에서는 어렵더라. 그나마 상대 배우들이 송이경과 빙이경을 헷갈려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후반에는 지현의 영혼을 눈으로 보게 되고 대화하는 연기가 힘들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니 영혼이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웃음)

- 평소 빙의나 귀신, 인연 등에 관해 많이 생각하나.

▲마침 케이블채널에서 빙의를 소재로 한 심령 프로그램을 몇 번 보면서 호기심을 느끼던 차에 이 작품 섭외가 들어와 재미있겠다 싶었다. 자는 동안 누군가가 내 몸을 쓴다는 소재 자체가 참 매력적이었다. 귀신도 있다고 믿는 편이다.

우리 이야기 자체가 어찌 됐든 귀신 이야기이기 때문에 약간 공포스러운데, 평소 귀신이 있다고 믿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지현의 기억이 이경에게 남는 부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고 나면 우리 몸의 세포가 그것을 기억하듯이 빙의됐던 기억이 이경이에게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인연에 대해서도 늘 어떤 인연이 있으니까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헤어질 때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죠’라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난 전생에는 남자였을 것 같다. 예전에 재미로(점을) 봤더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선장이었다고 나와서 흥미로웠다.

- 이경과 지현을 오가는 감정 연기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녀적 감수성이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더 짙어지는 느낌이다.

▲감수성은 솔직히 점점 떨어지고 있다. 어릴 때는 별것도 아닌데 서럽고 속상하지 않나. 하지만 비바람에 태풍도 맞다 보면 사람은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나이가 드니 대본에 ‘펑펑 운다’는 부분이 종종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번 연기가 좋았다면 그것은 감수성 문제라기보다는 표현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또 내가 오랜만에 이런 역을 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데뷔 때부터 소녀같은 이미지가 강해서 한동안 그런 역할을 피해오다 오랜만에 이런 역을 맡아 소녀적 감성을 많이 표현했더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결말은 마음에 드나.

▲약간 더 판타지적으로 끝났으면 했는데 그건 좀 아쉽긴 하다. 지현은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고, 반대로 이경은 아무리 죽으려 해도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경이 지현 몫까지 열심히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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