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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값 등록금’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권은 물론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4·27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의 이미지를 구긴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새롭게 원내대표가 된 황우여 의원이 취임 일성에서 화두로 던진 말이 일파만파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황우여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원내대표 취임자리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를 거론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말 한마디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황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즉각 ‘포퓰리즘 발상’, ‘뚱딴지 같은 소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근 언제 그랬냐는 듯 비난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서민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무래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서민의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는 좋은 당근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황 원내대표도 ‘반값 등록금’이라는 용어를 ‘등록금 부담 완화’의 의미라고 해명했고 부자감세 철회 등을 통해 1조∼2조원 가량을 마련해 소득수준에 따라 장학금 지급을 늘리겠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달 2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와 관련 소득하위 50%에 대한 소득구간별 차등 국가장학지원제도의 대폭 확대 적용, 대학생에 대한 도덕적 책무 부과를 위한 학점 기준 유지, 대학 등록금의 투명공시 및 산정, 부실대학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병행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또다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B학점 이상 받는 학생에 대해서만 등록금을 완화시키겠다고 한 발언이 문제였다. 학점을 기준으로 등록금 완화 여부를 가리겠다는 발언은 비난을 사기에 충분했다.

대학생들은 곧바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며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70명의 대학생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로 인해 다음날인 30일 연행 학생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또다시 벌어졌다.

민주당에서도 한나라당이 장학금과 등록금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4년제 대학 총장들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반값 등록금’에 대해 “정치권 중심의 ‘등록금 부담 완화’ 논의가 우려스럽다”며 등록금 부담 완화 논의에 앞서 대학에 대한 재정 확대정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한나라당이 제시한 반값 등록금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수원대학교가 지난달 26일 대학 적립금 가운데 200억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조성해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결산 기준으로 2천890여억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한 수원대는 지난 1년 동안 모인 대학 적립금 320여억원 가운데 시설 개선을 위한 건축기금 8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여원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키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장학금 조성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학 적립금을 등록금 부담 완화에 쓰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 연구와 교육비로 활용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수원대는 학생·학부모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기도 했다. 수원대는 이 장학금을 교내 장학금 지급을 위한 회계 규정 등을 정비한 후 빠르면 올 2학기부터 일부 지급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정부나 여당이 말장난을 하는 사이 수원대는 서민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실천으로 보여줬다. 수원대의 이번 장학기금 조성으로 일부 학생들만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민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정부나 여당이 아닌 대학이 앞장선 것만은 사실이다.

연간 1천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주겠다는 한나라당의 발표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발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발표였다면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또다시 쓴 맛을 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넘어갈 정도로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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