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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성실한 근로와 달콤한 휴식

 

2011년을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6월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될 것이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들뜨게 될 것이다. 휴가라고 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내 평생의 직업으로 삼은 그 시점부터 필자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현명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던 것 같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는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세상에는 꼭 읽어야 할 금쪽같은 활자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터득한 믿음 중의 하나는 이세상의 모든 활자는 독자에게 읽힘을 당할 수 있는 신성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는 읽고 깨우쳐야 하는 아름다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리고 과업의 완성 내지는 생계를 위한 본인의 업무를 다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처럼 항상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며 살게 됐다.

지금도 누군가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들고 나타나 소원을 3가지 말하라 한다면, 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잠을 자지 않고 살게 해달라는 소원을 말할 준비가 돼 있다.

24시간 안에서 잠을 자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재미나게 놀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감미로운 상상에 불구하기 때문에 대신 필자는 주어진 시간에 몰두해 열심히 일하고, 남은 시간에 치열하게 즐기고, 휴식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하려면 몰입도를 높여야 하고, 번거롭더라도 가급적이면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하며, 시간의 한계를 반드시 정해서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의 양을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 주어진 업무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최소한 일의 주어진 기간 내의 완수와 순수한 노력은 담보할 수 있다.

즉 근로의 성실성은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인 것이다. 그러한 근로의 성실성을 달성한 사람들은 책임을 다했으므로, 달콤한 휴식을 즐길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열심히 쉴 수 도 있다는 당연한 논리이다.

필자는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고, 경이로운 자연환경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감동스러운 체험도 했다. 바다의 아름다운 그 색을 결코 잊지 않기 위해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아름다운 그 장면에 주인공으로 등장해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사진과 동영상도 제법 많이 담아왔다.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 그 추억은 때로는 거실의 TV에서 영화처럼 방영되면서 일상의 근로와 업무,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친 필자에게 당분간 좋은 자양강장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가족과의 여가는 단순한 여가로 끝나지 않고, 가족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남기게 된다. 서먹서먹했던 가족 간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협업을 유도하며,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에 대한 호기심과 적응을 유도하게 된다.

여가를 연구한 많은 학자들에 따르면 가족과의 여가는 가족 간의 관계개선을 가져오고 가족의 응집력을 높여 결국 가족의 건강성에 기여하게 된다는 많은 주장들이 있다.

추억으로 되씹는 기억이 흐릿해질 때쯤 우리는 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열심히 일했으니 또다시 달콤한 휴가를 꿈꿀 수 있는 적절한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휴식은 성실한 근로를 담보로 할 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함께 공유될 때, 더 없이 달콤해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갖는다./양정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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