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의학단상] 달인의 눈물

 

지난 주 한 예능프로에서 달인이라는 호칭으로 익숙한 개그맨 김병만 씨가 발목부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피겨 스케이팅 솜씨를 보여줬다.

심각한 통증에도 놀라운 연기를 보인 그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고, 결국 심사를 보던 김연아 씨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려야 했을 정도로 가슴이 찡한 장면이었다. 필자 역시 최근에 TV를 보면서 이토록 깊은 감동을 받은 기억은 없다. 그러나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무척이나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이미 김병만 씨는 2002년 촬영을 하다가 양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고, 2008년에는 부분 골절로 뼈 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왔는데도 그냥 방치하고 방송 출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병만 씨의 투혼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우리 몸은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 무리했던 후유증을 앓게 된다. 만일 과거 2차례의 부상 때 충분한 치료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쉽게 스케이팅 연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야구의 전설이었던 최동원 선수도 한국 시리즈 7게임 중에서 5게임에 등판해서 4게임을 완투하며 팀의 우승을 일궈 냈지만 그 후에는 인상적인 플레이를 못 보여주다가 은퇴한 적이 있다.

또 학생 때 무쇠 같은 체력을 과시하며 술을 즐기다가 나이 들어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부상이나 만성 질환의 경우 초기 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쉽게 비우거나 일을 늦출 수가 없어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본다. 심지어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면 승진 등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숨기는 경우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돼 앞으로는 90세까지 사는 것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이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노후에 대한 대비를 젊었을 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흔히, 노후 대비하면 경제적인 면을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가장 서러운 것 중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한 국민, 건강한 직장인이야말로 우리사회의 가장 소중한 재산인 것이다.

정부에서 출산 장려 정책을 펴는 것도 전체 인구 중에서 노동이 가능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고, 베이붐 세대의 문제도 저축이 없는 상태에서 은퇴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이 받쳐줘 70세에서 80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인구 감소 문제도, 노후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노후 문제, 국가적으로는 인력 수급 문제의 핵심은 노후 건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본인이 원해도, 그리고 당장의 시청률이 중요해도 뛰어난 재능과 성실함을 가진 인재를 소중한 재산으로 생각하고 보호해 줘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어려운 시련을 겪고 정상에 선 상태에서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수 밖에 없고, 또 인기의 부침(浮沈)이 심한 연예계에서 잠시 물러난다는 점에 대한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양희은, 조영남처럼 데뷔한 지 4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과 인기를 보여주는 연예인들이 점점 없어져가는 풍토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실한 자세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배려해주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섰을 때 느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감동을 경험함으로써, 이 감동으로 인해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