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
승한 글·하지권 사진 불광출판사|288쪽|1만5천원.
고즈넉한 목탁·죽비소리 마음의 생채기 씻어주네
바야흐로 템플스테이가 활성화되는 초여름, 가평 대원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지도하고 있는 승한 스님이 쓴 나를 치유하는 산사기행이 출간됐다.
기존 여행서들과 달리 이 책은 승한 스님과 함께 떠나는 감성 치유 산사기행이라 할 만큼 수많은 치유법을 두루 아우른 책이라 할 수 있다.
승한 스님은 수행자이기 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한 시인이고, 시인이기 전에 상처 받은 영혼이었다. 누군가 시인은 천형의 죄인이라고 했던가. 전생부터 이어져 온 타고난 시인의 감수성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와 불의에 직면하여 보통사람보다 몇 곱절 심한 고통을 받았다.
그로 인해 젊은 날 한때 알코올 중독으로 알코올 병동에 입원한 적도 있었고,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나날을 보낸 적도 있었다.
승한 스님이 서울 도봉산 석굴암을 시작으로 순천 조계산 송광사까지 전국의 24개 산사를 순례한 이 책이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산사기행을 통해 근원적 고통을 치유한 이야기와 자신의 깨달음을 갈무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길을 떠나 산사에서 풍광을 보고, 그 절에 깃든 옛 스님들의 발자취를 기리고, 절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내고, 절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새벽예불을 하고, 절을 하고, 참선을 하는 산사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곧 수행이요, 내면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두었던 상처를 드러내어 치유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종의 감성치유 에세이라 할 수 있다.
맨 마지막에 찾은 산사였던 송광사를 찾아가는 스님의 마음, 첫 산사부터 이 책을 통해 승한 스님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순례해온 독자들은 송광사에 이르러 산사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편 하지권 작가의 맑은 산사 사진이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준다. 사진을 통해서 마음의 안락과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