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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녹내장에 대한 잘못된 상식

실명으로 직행?

 

최근 모 방송국의 주말연속극이 인기를 모으면서 안과로 녹내장에 대해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어머니가 녹내장으로 실명하게 되는 설정 때문인데 녹내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나 이러한 관심이 자칫 ‘녹내장=실명’이라는 막연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실제 진료실에서 처음 녹내장을 진단받는 환자들의 반응이 예전에는 ‘녹내장이 무슨 병인가요’라고 묻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선생님, 그럼 저는 이제 실명하게 되는 건가요’로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녹내장은 당뇨병성 망막증, 황반변성과 더불어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 중 하나로, 국내 녹내장 유병률은 3.5%로 전체 인구로 환산할 경우 약 175만명이 녹내장 환자로 추산된다. 그러나 높은 유병률에 비해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40만명으로 전체 환자 중 22.8%에 불과하다.

이렇듯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이 낮다 보니 발견이 늦어져 진단 당시 이미 녹내장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해 실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기만 한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실명으로 진행하는 것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녹내장이란 어떠한 질환이며 왜 생기는가.

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야의 결손이 생기게 되는 질환으로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시야협착이 진행해 시력저하로 이어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시신경의 손상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눈 내부의 압력 즉, 안압(眼壓)이 정상치(10~21㎜Hg)보다 높게 돼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압이 정상 범위여도 안압의 일중 변동폭이 크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유전자 이상의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내 녹내장 환자의 77% 정도는 안압이 정상범위인 정상안압녹내장에 속한다.

그럼 녹내장이 있는 경우 어떠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을까.

급격히 안압이 높아져 발생하는 녹내장의 경우, 눈에 통증과 더불어 충혈이 되고 불빛을 보면 그 주위로 녹색 또는 주황색 달무리가 보이거나 시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생기며 심한 경우 두통과 구토를 동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만으로 녹내장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겠냐만 불행히 이렇게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급성녹내장은 녹내장 환자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의 환자들은 대개 녹내장이 진행해 말기에 이르러 시야협착 및 시력저하가 발생하기 전까지 질환이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 경우 가능한 빨리 안과 진찰을 받을 것을 권하며,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라도 나이가 들수록 녹내장이 발생할 확률은 증가하므로 40세 이후부터는 매년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녹내장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또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가진 경우 또는 고도 근시인 경우는 녹내장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연령에 관계없이 안과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경우 치료는 가능한 걸까.

불행히도 녹내장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시신경 손상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녹내장의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시행해 녹내장을 잘 조절한다면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아 평생 실명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대개 약물치료가 1차적인 치료이며 이는 안약을 점안해 안압을 시신경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녹내장의 원인에 따라서는 레이저 치료 및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므로 안과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개개인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찾아야 한다. 또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도 안압검사, 시신경검사, 시야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치료 효과 및 시신경 손상의 진행 여부를 파악해 그에 맞춰 치료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녹내장=실명’?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안압 및 시신경 이상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일단 진단을 받은 후에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시신경 손상이 진행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실명으로 진행하는 것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니 막연한 두려움은 떨쳐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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