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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신기하고 고마운, 고졸인재 대접하는 기업

 

오랜만에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 소식인가!

신한·국민은행은 이미 특성화고(전문계고)와 마이스터고 재학생을 각 8명씩 채용했고, 기업은행도 15년 만에 20명을 채용했다. 산업은행도 신규채용 150명 중 50명, 농협도 30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을 채용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발표에 의하면, 시중·국책·지방 등 18개 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앞으로 3년간 총 2천722명의 고졸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앞으로 3년간 채용할 총 인력 2만2천565명의 12%로, 1997년 외환위기로 고졸 채용 문호가 극히 좁아져 유명무실이 돼버린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고졸자 채용이다.

학력(學歷)보다는 능력을 보겠다는 이 ‘학력파괴’, ‘학벌주의 타파’ 사례에 대해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간판(학력)보다 내실(능력)’ 쪽으로 인재등용 경향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고대(苦待)하고 있는 것이다.

능력을 주안점으로 하여 고졸 사원에 대한 대우를 혁신하는 기업도 있다. 롯데마트는 고졸사원이 성실하고 충성도가 높은데 착안해 비전을 갖고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입사 후 1년이 지난 고졸 사원들에게 대졸 사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도전기회를 마련했다. 애경그룹도 파격적이다. 고졸 공채 인력은 주로 생산·기술·영업·시설관리직에 고용하는 타사와 달리 기획과 영업, 재무와 회계, 마케팅 등 전 직군에 걸쳐 채용하고, 입사 후에는 사이버대학 학위취득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사내 대학에서 무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성적이 좋으면 승급 혜택도 준다.

여러 기업들의 이러한 사례를 참으로 신선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칭송하고 싶은 다른 이유도 있다. 때마침 2012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을 앞두고, 대학에 따라서는 수백 차례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연례행사가 된 각 대학들의 치열한 ‘학생유치전’도 그렇지만, 심지어 전형료 수입을 노린 ‘영업활동’을 하는 것으로 비판 받는 대학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2009년 81.9%, 2010년 79.0%)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 대학진학률(40~50%)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6%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덩달아 전문 산업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의 졸업생들도 10명 중 7명이 진학하고 있고 취업률은 그만큼 줄어들어 설립목적이 무색해졌다.

이 같은 비정상적 학력 인플레 현상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학력간 임금 격차가 직접적 원인으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은 물론 승진, 결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사회적 차별을 겪게 되어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는 경향이 고착됐다. 일단 진학하고 보자는 안일한 태도,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고졸 인재를 찾는 기업들의 이 변화가 다른 산업체들과 공기업, 공공기관으로도 확산되고 학교의 진로지도가 효용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졸자가 몰렸다는 비판은, 많이 배운 사람은 환경미화원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관점이 아니다. 굳이 설명하면, 직업이란 적성과 소질, 취미, 능력 등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저학년 때부터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는 교육원리가 정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졸 인재가 대접받는다는 것은, 그동안 무용(無用)이던 진로지도가 드디어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된다.

/김만곤 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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