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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런 사람 집적거리면 안되는데!

 

얼마 전부터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세 분을 교과서에 싣자는 움직임이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도 있지만 이루어놓은 결과만 보지 말고 그 과정도 살펴야한다고 험한 소리 하는 사람도 있다.

사소한 일에도 찬반이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사람 평가는 참으로 어렵다.

결단력을 독단(獨斷)이란 말로 바꿀 수 있고, 여유를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다고 할 수도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간성부족이라 매도할 수도 있고, 매사 게으름을 자연인(?)으로 높이 평가할 수도 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찌됐던 두 분은 이미 작고하셨고 박태준 씨는 살아있는 전설로 변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박태준 회장하면 호랑이 눈썹하며 외모부터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심하게 꾸중을 들은 사람은 방문을 열고 나간다는 것이 캐비닛 문을 열 정도로 혼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호출해서 비서를 시키지 않고 직접 차를 만들어주면서 따듯한 말로 위로한다.

어제는 삭풍(朔風)이 불었지만 오늘은 봄바람! 소탈한 자세에 모두 매료돼 부모님 다음 서열로 모시고 존경한단다.이런 이야기에 까다로운 사람은 또 촉을 달수도 있다.

인품이 아니고 용병술(用兵術) 즉 기술로 폄하해버린다. 어찌됐던 한 때 이 분을 한때 정계(政界)에서 유혹했다. 물론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평생을 나라를 위해 봉사했던 선생이 개인의 안위만 위하면 어떻게 합니까?” 등등의 변설로 설득해서 결국은 진흙땅에 뒹굴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제철보국(製鐵報國)이란 이름을 내걸고 등소평이 직접 일본을 방문, 신일본제철 회장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라나. 그 이유인즉 “제철소는 돈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짓습니다. 중국에는 박태준 씨가 없지 않습니까?” 등소평은 안타까워했다.

이런 정도의 대접을 받는 분이 과연 정계에 투신 후 어떠했는가? 이제까지 쌓아온 거룩한 업적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만큼 만신창이가 됐다.

타의로 긴 망명 비슷한 외유를 하고……. 이유는 간단하다. 이목(二目)이 일목(一目) 나라에 가면 장애인 취급을 받는다. 비정상이 상식이 돼 있는 곳엔 상식이 이단자가 된다. 결국 잘못된 선택은 여생(餘生)을 어둡고 깜깜한 터널에 갇혀버린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평생 살아오면서 어떤 것이 가장 후회되는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를 “잘 아시면서……. 정치판에 들어간 것” 이라고 대답했다.

정계가 아닌 정치판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 야당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는 안철수 씨와 박경철 씨를 영입해야 한다고 작전을 편단다. 문득 박태준 씨 생각이 났다.

두 사람 모두 의사란 직업에서 출발했다. 의학이란 합리적 공부를 한 사람들이 그네들의 건전한 상식이 정치판에서 통할 수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수월히 뱉고 다니고, 이해에 따라 이리저리 변절할 수 있을까? 생소 한 곳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사람들 대부분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더군다나 그들은 요설(饒舌)로 완전무장한 사람들이다.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을 두고 벌써부터 동도(同道)의 길을 걷는 사람이 소속된 모임에 회비조차 납부하지 않는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험담이 나오는데, 남의 일이지만 걱정된다…….제발 이런 사람은 집적거리는 것이 아닌데……. 송충이는 솔잎을 계속 먹도록 하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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