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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지성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전작과는 180°다른 연기변신

 

■ SBS ‘보스를 지켜라’ 지성

또 하나의 캐릭터가 터졌다.

SBS 수목극 ‘보스를 지켜라’의 ‘찌질한’ 재벌 3세 차지헌이다. ‘초딩’이라는 별명답게 유치하고 철없으며 막무가내인 차지헌이 탤런트 지성(34)을 만나 손에 바로 잡힐 듯한 생명력을 얻고 있다.

최근 고양시 탄현 SBS스튜디오에서 만난 지성은 “사실 지금의 캐릭터를 잡기까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결정할 때부터 차지헌이라는 캐릭터로 확실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매회 72분의 방영 시간 동안 폭소가 수도 없이 터지는 ‘보스를 지켜라’의 중심에는 차지헌이 있다. 대부분의 소동이 그의 엉뚱한 캐릭터로 인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언뜻봐서는 그저 일에 뜻이 없는 철부지 재벌 3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픈 과거 탓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결벽증이 있는 데다 알고보면 과도한 순진함으로 불쑥불쑥 유아적인 행동을 하는 복잡한 캐릭터다. 이 때문에 어설프게 단선적으로 접근했다가는 피로감을 주기 십상인데, 지성이 이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며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일단 ‘루저’라는 부분이 심심하진 않겠다 싶었고 뭔가 재미있게 이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초반에 오버해서 코믹한 연기를 펼쳤는데 그게 차지헌의 솔직한 표현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웃겨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차지헌이 가진 그대로의 진실함과 순수함에 초점을 맞췄죠. 그러면서 이 캐릭터가 어렵게 보이지 않도록 하려고 했는데 사실 그러느라고 연기하는 전 더 어렵긴 하죠.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을테니 그렇지 않기 위해 연기의 디테일을 강화해야 했어요.”

‘보스를 지켜라’에서 소위 폼 잡는 연기는 차무원 역의 김재중이 맡고 있다. 그래서 지성은 그와 반대로 ‘찌질함’을 강조하면 됐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지헌이 웃음을 주는 부분은 보는 분도, 연기하는 저도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롭고 쓸쓸한 작업이에요. 저 자신을 버려야했거든요. 첫 촬영 나가면서 마음을 굳게 먹자 다짐했어요. 내가 나 자신을 초월하지 않으면, (망가지는 연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차지헌의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 부분을 잡는 게 어려웠고 혼자만의 싸움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차지헌만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더 외로웠다.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는데 이겨낼 방법조차 없어보이니 불쌍하기까지 하더라”는 그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황장애를 깊게 표현할 수는 없었다.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밝고 명랑한 톤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늘 그 수위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헌이 재벌 3세인 만큼 드라마에는 재벌 1,2세도 등장한다. 바로 그의 할머니와 아버지인데 이들 셋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재벌가의 모습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특히 지성이 직전에 출연한 MBC ‘로열패밀리’가 그린 재벌가와는 180도 달라 그것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한마디로 인간미가 철철 흘러 넘친다.

“극중 우리 가족이 평범하지 않아서 좋아요.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재벌 부자지간이지만 서로가 불쌍하고 외로운 관계잖아요. 아버지 역의 박영규 선생님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연기하는 게 즐거워요.”

‘보스를 지켜라’는 차지헌이 비서인 노은설(최강희 분)의 도움과 사랑으로 우당탕한 소동 속에서도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차지헌이 ‘초딩’에서 ‘중딩’ ‘고딩’을 거쳐 ‘대딩’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그 과정에서 노은설은 차지헌에게 희망이자 인생 그 자체가 될거고요. 노은설 덕분에 차지헌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공황장애를 극복하려고 하고 바보처럼 살지 않으려고 결심하거든요. 요즘 실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분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가 그 질문에 감히 답을 할 수는 없지만 차지헌의 변화를 통해 그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지성이 차지헌을 완벽하게 요리하는 것을 보면 그가 왜 진작 코미디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지성은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연기도 제가 코미디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진 않아요. 전 개그맨이 아니잖아요. 웃기려는 게 아니라 울리려고 해야 오히려 그 과정에서 웃음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미디가 어려운 거고요.”

전작인 ‘로열패밀리’에서는 이보다 멋질 수 없는 능력있는 변호사 역을 맡았던 그는 쉬는 기간 거의 없이 바로 ‘보스를 지켜라’에 출연했다. 시차 없는 변화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감 같은 것은 없어요. 대신 한작품씩 더해갈수록 책임감이 강해집니다. 드라마는 다같이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더욱 더 느끼게 되고 주인공으로서 책임감이 더 느껴지죠. ‘로열패밀리’와 비교해서는 두 작품의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니 오히려 편해요.”

지성은 한때 남자답거나 삐딱선을 타는 역을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군 제대 후 ‘뉴하트’를 거쳐 ‘태양을 삼켜라’와 ‘김수로’ ‘로열 패밀리’에 출연하며 이미지를 ‘세탁’했다. 그랬더니 원래부터 강한 역할, 반항아 이미지가 어울렸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페이소스 짙은 코미디다. 이 역시 잘 소화하고 있다. 시청자로서는 지켜보는 게 흥미로운 배우다.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감정의 폭도 넓히고 있고요. 결국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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