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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늘을 잃은 인류의 뒤틀린 욕망

비루한 본성의 끝은 전쟁 뿐인가
‘은영전’ 작가의 ‘권력과 인간’에 대한 장편소설
현대사회의 비틀어진 내면에 날카로운 비판 가해

일곱 도시이야기 다나카 요시키

비채|318쪽|1만1천원.

삼국지에 비할만한 현대의 신 고전을 창조했다는 극찬과 함께, 일본에서만 무려 1천500만부, 국내에서도 1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은하영웅전설’ 다나카 요시키라는 이름은 이 작품을 통해 국내외 독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됐다.

이번에 출간되는 ‘일곱 도시 이야기’는 ‘은하영웅전설’을 통해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다나카 요시키가 ‘은하영웅전설’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을 집필하던 1986년부터 1990년 사이에 집필한 장편소설로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는 저자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뽑고 있는 작품이다.

지축이 90도 뒤바뀌어 북극과 남극이 적도로 이동하는 ‘대전도’에 의해 인류의 태반이 멸망하고 만 미래. 달에 거주하던 200만 명의 인류는 재앙이 지나간 지구상에 마치 신들이 강림하듯 내려와 일곱 개의 도시를 건설하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지구상의 생존자들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폐허 속에서 희망을 맞이한 고마운 이야기여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월면도시 사람들은 지구 인류를 완전히 통제하기 위해 ‘올림포스 시스템’이라는 공중 공격 장치(지구 상공 전체를 커버하는 레이저 자동 공격 시스템)를 설치해 자신들이 허락한 경우 외에는 지구의 비행체가 지상 500미터 이상 날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늘을 잃어버린 지구 인류는 어쩔 수 없이 달에 종속되어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책의 가장 빼어난 점은 바로 그 설정의 기발함에 있다.

기존 지구상의 복잡다단한 이해 구조를 ‘대전도’라는 초월적인 천재지변으로 단숨에 정리하고 인류와 국가의 수를 대폭 줄여 세계관을 단순화했다.

그리고 올림포스 시스템이라는 설정 하에 하늘을 닫아 버림으로써 미래 전쟁의 양상을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재래식 전쟁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기술적인 묘사보다 인간성과 상황적 묘사 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사회의 비틀어진 내면을 묘사할 때 다나카 요시키의 필력이 비로소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는 사실을 이 책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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