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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성폭행 수위조절 가장 힘들었어요 ”

영화 ‘도가니’ 황동혁 감독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실화 다뤄

“수위 조절하는 게 시종일관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말이다.

‘도가니’는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토대로 한 공지영의 동명 장편소설을 근거로 한 영화다.

무진의 한 청각장애인 학교로 부임한 강인호(공유)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 성폭행 사건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 교직원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강제 추행한 사건이 ‘도가니’의 큰 줄기다.

가해자 4명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관련자들이 복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제작사 측의 제안을 받은 황 감독은 한 달간 고민했다.책에서 묘사된 내용을 영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전작 ‘마이 파더’(2007)에 이어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를 또다시 만드는 것도 마음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갈팡질팡하던 마음의 추가 기운 건 내용의 절절함 때문이었다.

소설의 후기를 읽고 곱씹어 볼 때마다 울컥한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재판은 끝났지만, 사건이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도 싹텄다. 현재 광주에서는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가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실화여서 망설였지만, 또 실화여서 만들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단순히 옛 과거를 들춰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이 작품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물론 어떤 장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창작자로서의 욕구도 자극했죠.” 방대한 내용과 사건을 2시간 안에 담는 건 생각보다 벅찬 일이었다.

“소설이 가진 문제의식과 흐름은 건들지 않으면서 ‘디테일’한 건 바꾸자”고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사연은 과감히 잘라냈고 사건은 추렸다.

영화는 황 감독의 의도대로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영화 초반 가파른 호흡은 법정 장면이 등장하면서 완보로 바뀐다. 영화의 핵심이 ‘법정장면’이라고 파악한 데 따른 것이다.

“법정장면으로 최대한 빨리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드러난 범죄자의 악행을 밝히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묻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초반이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에 대한 분노로 연출을 맡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실화라는 사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영화는 영화만의 구성적인 특징이 있기에 실화에 천착할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무엇보다 실제 벌어진 아동 성폭행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그는 “수위 유지가 최대 고민이었다”고 했다.

“소설은 실제 벌어진 일의 절반을 담았다고 했어요. 저는 소설의 절반 정도 수위를 유지했죠. 그래도 주변에서 불편하다고 그러시는 분들이 많아요.”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에서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지만 성폭행 등의 묘사가 구체적이며 직접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손발을 묶어놓고 아이들을 성폭행하는 장면, 화장실 성폭행 장면 등 스크린을 외면하고픈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적절한 수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실제 사건을 잘 아시는 분들은 너무 수위가 약하다고 보시는 것 같고, 일부 관객들은 너무 ‘센 것 아니야’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해요.

저는 편집과정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너무 약한 거 아니야 누가 충격받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가 공개되고 나니, 저랑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영화의 정조는 냉혹하다. 단호히 해피엔딩을 거부한다.

황 감독은 “관객 몇 분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실화를 왜곡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 “실제 사회와 가장 가깝게 그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학원비리, 검찰·경찰의 비리, 전관예우 등은 우리가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는 소재잖아요. 일반적인 이야기죠. 다만, 그런 요소들이 하나의 도가니에 모이다 보니 좀 세게 느껴지실 수는 있을 것 같아요.”실화를 소재로 한 ‘마이 파더’로 데뷔한 그는 두 작품 모두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다음에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실화는 피하고 싶다. 허구를 섞는 원죄적인 부담이 있다”고 했다.

“만들다 보니 무거운 영화들을 많이 했는데, 제가 무겁고 진중한 사람은 아녜요.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 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꼭 해보고 싶어요. 그 안에도 인생이 담겨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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