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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영토를 지키는 교육, 단호히 하자

 

“영토를 지킬 준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한때 목숨을 건 것처럼 독도문제에 매달리던 우리나라 어느 정치인에게서 나온 말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일본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가 ‘나의 정치철학’이란 글에서 그렇게 썼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정치 변화를 앞두고 “내년은 여러 나라의 권력교체기인 만큼 영토분쟁과 관련된 풍파가 일어나기 쉽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영토·영해와 관련된 중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노다 총리는 지난 8월 말,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정치인’(지지율 4%)으로서 집권 민주당 대표가 됐고 이어 총리로 선출했다. 우리 언론들은 지난 5년간 총리가 여섯 번에 걸쳐 자주 교체됐으니 일본 국민들은 이제 기대감도 갖지 않고 “누가 돼도 마찬가지”라며 무관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처럼 인기가 높으면 국정을 독점”할 것이라는 일본 정계의 미묘한 역학관계에 따른 결과일 뿐이고,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에도 극우세력의 핵심이 총리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이미 사면됐기 때문에 일본에는 더 이상 전범이 없다”고 주장하며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대한 전직 총리들의 참배를 옹호해 온 극우적·군국주의적 역사관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당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주도한 ‘한일병합 100년 사죄담화’조차 완강히 반대하다가 마지못해 서명한 인물이다.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인사치례 하듯 “한국 및 중국과 윈윈(win-win)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가슴속에는 여전히 극우적·군국주의적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고 있는 극우파 아베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역사인식을 마음속에만 담고 있으면 안 된다. 정치가라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을 때 “실현할 수 있는 힘만 생기면 반드시 하겠다”고 답한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전후에 왜곡된 교육을 바로잡겠다”는 주장으로 역사왜곡 교과서를 옹호하고 있고,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일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공격권을 부여하는 집단자위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위대 군비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영토를 지킬 준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영토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시뮬레이션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일본은 센카쿠(尖閣, 아오위다오)열도, 쿠릴열도를 사이에 두고 중국·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으며, 심지어 독도도 그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 장차 국민 모두가 그렇게 믿도록 전 초·중·고교에서 철저하게 교육하는 나라다. 그리고 그 이웃에 있는 우리는 정치, 행정조차 ‘즉흥적’이라고 해야 할 만큼 잘 흥분하고 지나가면 곧 잊고 지낸다.

국회의원들은 열을 올리다가 떠나고, 독도교육은 필요할 때 강조하고, 학교재량에 맡긴다. 오죽하면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이 상황을 재판에 비유해 “한국과 중국은 탁자를 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전법(戰法)에 능하다” “일본이 단죄(斷罪)를 피하려면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겠는가.

우리가 가장 힘써야 할 것은 교육이다. 교실에서 세계정세, 우리와 일본의 관계, 독도문제에 대해 냉철한 시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믿음직한 학자들도 나오고, 멋진 정치가들도 나오기 마련이다. 늦지 않다. 충분하다.

/김만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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