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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실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이유

 

학생들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내신에 논술에 면접에…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힘이들고 고통스러우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하기 쉽다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믿음직스러워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날이야 어떻게 되든 “오늘 나만 잘 지내면 그만”이라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겠으나, 우리 사회가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입장이라면 그 청소년들의 생활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때 우울해질 것은 당연하다. 눈앞의 일로 무얼 기대할 수 있을지 암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고발하는 기사를 볼 때마다 “설마, 설마” 하고 “이번 일은 특이한 경우겠지” “아무리 그래도 학생들이니까 나아지겠지” 반신반의하며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동안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은 더 잦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어느 중학생은 담배를 압수한 교감에게 옮기기도 난처한 욕설을 하며 얼굴을 때리고 배를 걷어찼다고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오늘의 학교 현실이다.

심성이 거칠어지면 행동이 난폭해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현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EBS의 초·중·고 언어사용실태조사에 의하면 교실은 지금 ‘욕설투성이’라고 한다. 싸우는 것도 아닌데 학생 한 명이 4시간 동안 385회의 욕설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범생·문제 학생 따질 것도 없이 65%가 매일 욕을 해대는 욕쟁이가 돼 있다는 것이다.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63%가 “가끔 혹은 자주, 습관적으로” 욕설을 사용하고, 초등학생이 득실대는 ‘욕설카페’가 1천여개나 되며, 엄마 욕하는 ‘패륜카페’도 등장해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부모, 교사한테 원색적 욕설을 퍼부어댄다는 것이다.

흥분할 것도 없다. 다 자초한 일이고, 지금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기가 민망하다. “어머, 미친년. 너 주둥이가 자유분방하구나” “돈 내놔, X년아!” 이건 ‘15세 관람가’인 한 영화에 등장한 욕설이고, “이런 게 교육이면 뽕이고, 이게 학교면 니미 뽕이고, 우리가 어른이면 니기미 뽕입니다” 이건 ‘전체 관람가’인 어느 영화의 욕설이라니 기가 막힌다. 이렇게 해놓고 학교에 대고 왜 인성교육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거나 아이들을 탓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다. 어른들은 개차반이면서 아이들에게는 “얘들아, 욕설을 하지 마라”고 하는 게 통할 리가 없다.

별 수 없는 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휴대전화 검사도 하고 호되게 혼을 내주라고도 하고, 가정과 사회, 학교의 적극적 협력이 절실하다거나 스트레스 해소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욕설이 심할 경우 생활기록부에 올리고, 언어순화 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으므로 선도학교 선정, 학생과 교원 대상 UCC 공모전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해소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기대할 곳은 학교뿐이고, 희망을 가져야 할 것은 교육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구해야 할 답도 간단하다. 교육을 교육답게 되돌려 놓으면 된다.

지식주입식교육, 대학입시 준비에 매몰돼 인성교육 따위는 우연에 맡기거나 방치, 포기한 교육을 하고 있다면 얼른 ‘진정한 교육’으로 회복해야 한다.

학생들은 참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내신에, 수능에, 논술에, 면접에, 게다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이른바 ‘스펙쌓기’에, 요즘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책으로 EBS 교재가 수능 필독서가 됐다. 그런데도 사교육 업체들은 신바람이 나 있다면 학부모들은 그 신바람만큼이나 더 힘들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힘이 들고 고통스러우면 자신도 몰래 욕설을 하기 쉽다.

/김만곤 한국교과서 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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