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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단상] 와인의 건강학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심장병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상식으로 돼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똑같이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상대적으로 심장병 발생 비율이 낮은 국가들의 존재는 의료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결과 1970년대에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덴마크 사람들이 오메가3로 알려진 성분 때문에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크게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다만 지금은 워낙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좋은 약들이 많이 있어 오메가3는 건강보조식품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1979년대 일부 학자들이 적포도주가 심장병의 발병을 낮출지도 모른다는 통계를 발표했고, 1991년 미국 TV을 통해 상식을 깨고 술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의 심장병 발생 비율이 오히려 낮은 비상식적인 결과에 대해 ‘프렌치 파라독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세계적으로 적포도주 붐이 일게 된다.

즉, 적포도주에 폴리페놀 성분이 심장병을 막아준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애주가에게도 더 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좋아하는 술을 마음껏 마시면서 심장병까지 예방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연초에 느닷없이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심혈관 센터의 다스 박사가 지난 7년 동안 발표한 ‘와인과 심혈관 건강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보고서’ 가운데 145곳에서 연구결과 조작 혐의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애주가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서양사람들은 버터가 많이 들어간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에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소량의 와인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하는 목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에 와인의 유익함이 와인에 있는 알코올의 해로움보다 큰 것이며, 하루 2잔 이상의 와인을 먹으면 득보다는 실이 더 큰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된 다스 박사의 논문은 주로 와인의 유익한 성분인 폴리페놀 중에서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에 대한 연구로, 와인의 유무익에 대한 평가 자체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와인을 소비하며, 와인의 80% 정도가 레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와인 관련 서적, 아카데미(사설 학원) 등이 같이 발달하며, 다양한 종류의 와인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물론 자기가 마시는 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가끔씩 맘에 맞는 친구와 약간의 술을 곁들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이 또한 인생의 큰 즐거움일 것이다.

또 최근에는 와인 외에도 막걸리가 건강에 좋은 술로 크게 각광을 받았고 각종 민속주들이 맛도 좋으며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수 천년 동안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우리 취향에 맞는 민속주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며, 이런 좋은 술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은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우리 문화산업 발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술에 유익한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알코올 그 자체의 해로움을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취할 때까지 무리하게 많은 술을 2차, 3차를 가면서 마시는 문화에서는 더욱 몸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1인당 음주량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일단 술을 마시면 간이 무리를 하게 되므로 손상된 간이 회복될 수 있도록 금주 기간을 갖도록 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소량의 술만 마시는 음주문화의 정착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현석 객원논설위원 현대중앙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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