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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도내 전시공간에 큐레이터를 채용하라

 

도내 시군에 그럴듯한 전시공간이 없는 일도 짜증나지만 더 짜증이 나는 것은 그나마 마련된 전시공간을 운영할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미술관·전시관의 전시운영은 큐레이터(Curator)에 의해 진행된다. 큐레이터는 미술관·전시관에서 행해지는 여러 활동, 즉 작품의 수집·연구·보존·전시·교육 등을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오늘날 수준 높은 큐레이터의 확보는 미술관·전시관의 명성과 성공의 기본 관건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문화예술회관은 거의 다 공연 중심으로 진행되고, 심지어 공연기획자가 전시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국내에서 큐레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 이전과 1990년 예술의전당미술관의 개관 등 전문예술공간이 건립되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관심이 대두됐다.

계속되는 미술계의 요구와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1990년대 후반 미술관박물관진흥법에 전문직원이란 제도를 도입했는데, 전문직원은 큐레이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당시 전문직원의 자격요건은 전반적인 미술관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정도의 자격요건이었지, 창조적 미술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큐레이터의 자격요건으로는 미흡했다. 이후 미술계의 계속된 요구에 의해 1998년 드디어 큐레이터 관련학과가 세워지고 2000년에는 학예사(큐레이터)자격인증제도가 시행됐다.

큐레이터 관련 학과들이 생겨나면서 미흡하지만 이론적인 지식과 실무적 능력을 갖춘 큐레이터가 길러지기 시작했다. 큐레이터 관련학과의 졸업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독립 큐레이터로, 교사나 평론가 등 이론 및 교육종사자로, 잡지나 전시기획사 등 다양한 영역과 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교육, 자격증을 받아도 현실은 갈 곳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미술관·전시관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전시공간에서 큐레이터를 뽑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문화예술회관은 의무적으로 큐레이터를 고용해야 하는 기관이 아닌 탓이다. 한국문화회관연합회나 도내의 문화예술기관 같은 곳에 가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전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푸념이다. 물론 당연히 그런 곳에는 큐레이터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큐레이터가 없는 곳에서는 전시공간이 활성화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큐레이터가 있으면 어떻게 달리지는가는 2011년 7월, 수원시에 문을 연 어린이 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수원미술전시관이 위탁 운영하는 ‘풀잎’은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보고, 듣고, 체험하고, 표현하는 다기능 복합문화예술 체험공간이다. ‘풀잎’은 수원미술전시관의 북수원 분관으로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전시를 바탕으로 한 통합교육프로그램 운영’이라는 취지 하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의 리듬을 오감으로 체득하고 경험하는 삶의 교육공간이자 전시학습공간’을 목표로 설립됐다.

어린이들은 ‘풀잎’을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고 다양한 생태 체험교육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오늘날의 예술활동이 단순히 미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활동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큰 세계 속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풀잎’은 개관전, 전시연계 프로그램, 관람예절, 도슨트 투어, 미술체험교육, 전시감상, 생태미술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열성적으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큐레이터가 없었다면 그렇게 운영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도내 시군의 문화예술기관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전시관 부실운영 타령하지 말고 큐레이터를 채용하라고.

/박우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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