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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서커스단 천막을 배경으로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가 가는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 코끼리는 어린 시절, 서커스단에 들어올 때부터 묶여져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힘이 모자라 쇠사슬을 끊지 못했지만, 덩치가 커져서도 고정관념에 빠져 끊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이와 같이 고정관념이라는 자기 틀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더 큰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터의 안전문제이다. ‘일을 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지!’, ‘설마 우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나겠어?’라고 생각해 일터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안전 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업장은 여지없이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매일 250여명의 근로자가 다치고, 그중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이유다.

최근 화성시 소재의 근로자가 7명인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사업장은 최근 3년간 11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근로자 중에는 산업재해를 두 번 겪은 사람도 있었다. 용접불꽃이 눈으로 튀어 근로자가 실명위기까지 간 사고, 사다리에 올라가 형광등을 교체하던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가 골절된 사고, 어두운 공장 내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손가락이 프레스에 끼어 잘린 사고 등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정작 이 사업장의 간부는 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사고의 원인을 모두 근로자의 부주의로 돌린다. 그리고 산재보험을 가입해 보험급여로 치료해 준 것으로 고용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표정이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복잡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용접작업자에게 안면보호용 보호구만 지급했어도, 20만원 남짓이면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한 사다리 하나만 공장에 놓고 근로자들이 편하게 쓰도록 했더라면, 공장 내 조명을 밝게 해서 작업 중 실수를 막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쉽게 드는데 이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지방 중소기업이 경험 있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데 산재 때문에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산업재해 발생으로 동료 근로자들이 동요하고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메울까, 보험으로 지급되는 비용 외적인 경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러한 엄청난 손실을 못 보거나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울타리도 없는 서커스단 천막 앞의 코끼리가 발목을 잡고 있는 가느다란 쇠사슬을 끊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간단한 개선 만으로도 위험을 많이 줄이고 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텐데, 재해발생을 자연현상이나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은 쇠사슬에 묶인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 예방에 들어가는 비용이 사고나 재해로 인한 손실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 텐데 말이다. 산업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요행히 산업재해가 자신을 비켜 가겠지 하고 안전보호구 착용을 게을리 하는 근로자나 기본적인 안전 활동조차 기피하는 사업주는 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근로자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업주에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히 보인다. 위험한 기계에 안전장치를 달아주고 보호구를 지급하고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는 선제적인 예방활동을 해야 한다. 근로자는 매일 양말을 신듯이 보호구 착용, 안전수칙 준수, 정리정돈을 생활화해야 한다. 내 사업장의 안전, 나의 건강은 나 스스로 지키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길이다.

/이충호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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