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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현장] 국민의 경찰, 부정부패 찌꺼기 털고 일어나자

 

‘부정부패로 체포된 경찰관이 10명으로 늘었다는 뉴스’에 옆에 앉아 있던 아내의 눈치를 보게 된다. 아내도 내게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눈이 마주칠까 딴청이다. 내 품의 두달박이 딸아이는 아빠를 보며 배냇짓으로 방긋 웃고 있지만, 과연 이 아이가 자라서 경찰관인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해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신문이나 뉴스를 보기가 두렵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 리스트’, ‘조직적 뇌물상납’, ‘마약 투약 묵인’, ‘사건무마 청탁’ 등 수위 높은 기사들로 인해 경찰관 음주운전 같은 기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됐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료 경찰관이기에 이들의 혐의가 단순히 의혹으로 그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만일 이들의 비위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기꺼이 이들을 동료가 아닌 피의자 또는 범죄자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경찰 동료이기 앞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기 때문이다.

일선의 많은 경찰관들이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 ‘아들 딸 앞에서 고개를 들기 힘들다’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낼 정도로 경찰의 사기는 바닥이다. 또 일부는 ‘우리가 언제까지 부정부패한 경찰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합니까’라고 울분을 토한다. ‘최근에 만원 한 장이라도 뇌물을 받으신 일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느냐고 어이없어 한다. 실제로 사건·사고 등으로 경찰관을 직접 접한 많은 국민들도 예전에 비해 경찰이 맑아졌다는 말을 한다. 이것이 경찰의 현주소라 주장하고 싶지만, 0.2% 비리 경찰들로 인해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비리 경찰’이다. 대다수 선량한 경찰들이 억울해 하는 이유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상처를 덧나게 하는 썩은 살점은 과감히 도려내 새살이 돋게 해야 한다. ‘룸살롱 황제’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경찰청 스스로 감찰자료 제공과 함께 전문 수사인력까지 지원하기로 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경·검의 이해관계를 떠나 진정 조직을 살리는 길은 비리를 숨기고 조직원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비리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싹을 발본색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규제 행정기관이 돼야 한다.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지휘를 받고, 국민들의 매서운 눈이 사방에 있으며, 수많은 기자들이 경찰관서에 출입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어떠한 검은 행위도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돼 있다. 경찰 스스로 비리 관련자의 과감한 퇴출, 내부고발제의 활성화, 외부 전문가의 도입 등 보다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다.

한편으로 이런 부패한 동료들로 경찰 스스로가 자괴감에 빠져 위축돼선 안된다. 경찰이 부패한 조직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깨끗한 경찰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뒤로 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거의 잘못은 솔직히 시인하고 반성하되, 달라진 모습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갖고 더욱 매진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발생일시를 기준으로 과거 5년 동안 평균 83.2건이 발생하던 금품수수 비리가 작년 9월 23일 이후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경백 사건 등 비리도 2007∼2010년의 발생한 사건들로 현재가 아닌 경찰개혁 추진 이전의 사건이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정부패한 경찰은 미래가 없다. 부정부패한 경찰을 가진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내 자신은 물론 동료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부정부패를 묵인 하는 것은 똑같은 범죄이다. 또 국민들도 주변에서 부정한 경찰관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등 깨끗한 경찰을 만들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송구할 따름이다. 이번 사건들을 경찰이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보다 청렴한 대한민국 경찰을 만들기 위해, 자식들에게 자랑스런 경찰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 부정부패의 찌꺼기를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서 나아갈 때다.

/오승훈 경찰청 대변인실 온라인 소통계 분석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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