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한의 세상만사]염치와 몰염치
[김기한의 세상만사]염치와 몰염치
  • 경기신문
  • 승인 2012.06.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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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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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원 논설위원·前방송인예천천문우주센터회장

로버트 김은 미 해군 정보국에서 근무하며 한국군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보냈다.

정보를 받은 백대령으로부터갈비탕을 대접받은 대가로 징역 9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건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먼저 물어보시오.” 지금도 회자(膾炙)되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연설문이다. 참으로 멋진 말이고 당당하구나.

사인(私人)간에는 물론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엄격히 요구되는 것이 염치라고 할 수 있다. 염치없는 세상 - 즉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은 천박(淺薄)하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고 얼마나 멋진 당당함인가! 주는 것 없이 받기만을 원할 때 염치없는 국가, 염치없는 인간이 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최소한 부끄러워해야 한다. 가장 큰 배경은 국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힘이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불행한 경우를 당했을 때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확신이 애국심을 만든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9세의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스파이 혐의로 복역 중인 유태계 미국인(조나단 폴란드)의 선처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는 세상에 무수히 뿌려놓은 책임져야 할 일을 하나, 하나 정리해야 할 나이입니다. 가장 마음 무거운 것이 조나단 사건입니다. 이대로는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이스라엘은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의 애국심으로 국가를 겨우 지탱해갑니다. 각하가 조나단의 입장이였더라도 망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미합중국 대통령 각하에게 보잘 것 없지만 애국심 투철한 국민들을 가진 이스라엘 대통령이 엎드려 간청 드립니다.”

조나단은 미 해군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중 모국을 위해 1급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구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분노가 밀려왔다. 한 때 떠들썩했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미 해군 정보국에서 근무하던 컴퓨터 전문가였다. 한국군의 열악한 첩보수집 여건을 알고 난 후 비밀로 지정되지 않는 정보 가운데서도 한국군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자료를 자발적으로 보냈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정보를 받은 백 대령의 회고에 의하면 로버트 김에게 딱 한번, 갈비탕을 대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8천원 가량 어마어마한(?) 향응을 받은 대가로 그는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부모님 모두 그가 복역 중에 세상을 떠났다. 형기를 마친 후 “한국정부가 나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한마디만 해줘도 명예가 회복되는데 그것을 거절한 점은 섭섭하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은 고국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짝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더니만, 염치없는 조국을 이토록 그리워하다니... 참으로 염치없는 정부였다. 비슷한 사건에 이토록 다른 대처방법! 한심스럽다. 로버트 킴이 출옥 후 한국을 방문해서 라디오 대담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모든 재산을 재판비용으로 써버려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텐데...?” 이런 질문에 “한화 회장이란 분이 오랫동안, 지금도... 감사한 마음 무어라...” 놀라웠다. 가죽장갑으로 연상되는 그 양반 그런 멋도 있구나. 끝으로 뼈있는 한마디 할란다. “인생이 맥질할 때 반드시 염치를 붙잡아라.”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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