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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조성범"청소년 행복지수 꼴찌의 불명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실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 청소년의 물질적 행복지수는 OECD 18개 국가 중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주관적 행복지수는 23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그것도 4년 연속 꼴찌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부모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될 확률은 10%라고 한다. 매년 50만에 가까운 대학 졸업자가 배출되지만, 이들 중 스스로 만족하는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5% 남짓이라고 한다. 지금의 살인적 경쟁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 청소년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불행의 근원지는 학교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교가 행복의 터전이 아니라 불행의 원천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 학습으로부터 소외,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 경쟁을 감당해야 하는 압박감, 그리고 학교폭력과 자살 충동 등 심리적 불안감이 위험 수위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터질 때마다 경쟁교육을 질타하고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급기야 교육과학기술부는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인성평가를 반영하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작동하는 입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내놓은 학교폭력 대책은 일관된 대증요법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인 경쟁교육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입시로 학생들을 옥죄겠다는 발상이다. 경쟁교육 때문에 생긴 문제를 경쟁 기제로 풀어보겠다는 발상은 무지의 소치인지 오만의 극치인지 알 수가 없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인성교육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성평가는 학생의 정의적 영역에 대한 평가다. 학력은 교과지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력의 본질은 교과지식 즉 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의 조화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6가지 역량으로 디자인 능력, 스토리텔링 기술,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제시했다. 이런 소양을 길러 줄 교육과정의 설계와 학교의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그리고 학교문화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들은 자기소개서 내용 가운데 ‘고교 재학기간 중 배려 나눔 협력 등을 실천한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의미를 기술하시오’라는 문항을 통해 수험생의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시에 반영한다고 한다. 인성평가가 대학입시에 반영된다면 그간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인성 사교육 등장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인성평가에 대비한 스펙관리와 맞춤형 체험활동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성평가’를 검색하면 ‘인성평가 대비법’이 줄줄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변종 입시 바이러스만 창궐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교육문제는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다양한 해법이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거대 담론은 집어치워라. 학생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게 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틀림없이 거기에 해답이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이 교육과정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을 교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교사의 책임을 묻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학생이 행복하면 교사의 삶도 더불어 행복한 법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불행을 바라는가? 그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것이 영어, 수학 몇 점 올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면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나눔과 배려, 공감과 소통, 협력과 연대, 참여와 자치, 갈등 조정 등 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키워 줄 교육적 실천을 해야 한다. 그간 우리교육은 늘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실천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미안한 얘기지만 정치권과 교육행정당국의 능력으로는 그 길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그 해법을 구하면 될 일이다. 2013년은 청소년행복지수 꼴찌 탈출의 원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12월 우리의 선택이 이 시기를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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