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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임덕연"역시 진보 교육감"

 

몇 년전 진보 교육감 후보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들고 나올 때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무모한 포플리즘이라고 했다. 잘 살거나 못사는 아이들 구분 없이 골고루 점심을 제공해주자는 무상급식은 오히려 소외감과 편견을 낳는다고 했다.

하지만 무상급식이 정착된 이제는 누구도 무상급식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거나 편견을 갖지 않는다. 무상급식은 더 나아가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 선정으로 아이들의 건강권을 지켜가고 있다. 보편적 복지인 무상급식에 맞서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사람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무상급식에 주도권을 빼앗긴 나머지 급하게 시작한 정부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은 시행 반 년 만에 최대위기에 처해있다.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한 영유아 무상보육을 무모하게 추진한 결과이다. 정부지원을 대폭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처럼 그 비용을 지자체에다 떠넘긴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게다가 요즘 거리를 가다보면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반값등록금 현수막은 과연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반값 등록금은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좀 더 실현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통합 고등기초대학’정책은 ‘역시 진보교육감’이란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학교현장의 교사로서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누군가는 ‘시도 교육감이면 초중등교육이나 잘 해라’고 하지만, 초중등 교육을 잘하려면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고서는 정상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초중등교육도 왜곡되고, 사교육비도 증가하고, 공교육도 정상화되기 힘들다.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늘어가고 학교 폭력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누구보다 먼저 시도교육감들이 용기 있게 현행 대학입시 체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들의 최소한의 자세이다.

교사들은 제대로 자기 가치와 철학을 교과에 담아 가르치고 싶다. 그러나 현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자기 가치와 철학을 가르칠 수가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많은 교사들이 고뇌하며 요즘을 ‘교육 불가능의 시대’라고 한다. ‘이럴려고 죽자살자 공부해서 교사가 되었나!’ 라고 자조한다.

교사들이 ‘더 잘 가르치겠다.’ 라는 것은 더 잘 입시준비를 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고, 학교에서 가르치나 학원에서 가르치냐의 장소가 다를 뿐이 되었고, 입시과목이 아닌 기타잡과는 구색 맞추는 밥상의 구석반찬쯤으로 전락했다. 김상곤 교육감도 현행 입시 제도를 ‘사회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나쁜 제도’ 라고 말하며 결별할 것을 말한다.

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들은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일류대를 향한 소모적인 무한경쟁 속에 고통하고, 열심히 가르친 학생들이 대학 서열화속에 패배자가 된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해야 하며, 외면해서는 더욱 안 된다. 현행 수능시험은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교육은 무상으로 해야 한다. 더더욱 사교육은 사라져야 한다. 서울대 폐지가 어려우면 대학서열을 없애는 국공립대 공동 학위수여제로 다수의 서울대를 만들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90%에 넘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일반고는 물론 전문계 고교 졸업자들까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최고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경쟁시키고, 많은 비용을 낭비하고, 심한 스트레스와 안타까운 청소년 자살까지 외면해가며 소위 일류대학, 인 서울, 지잡대를 만들고 있다. 현행 입시제도는 청소년 행복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반드시 풀어야 할 어른들의 문제이다.

‘국립교양대학’의 성격을 가진 ‘통합 고등기초대학’의 제시는 그런 면에서 매우 현실적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각계에서 대선 공약화와 정책화를 제시하는 때에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하다.

이제 제발 지긋지긋한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풍부하게 가꾸어갈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학부모, 학생, 교사가 다 같이 행복해지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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