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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김덕년"제 삶의 주체가 되는 교육"

 

뜨거운 여름이다. 연일 섭씨 35도를 넘는 낮 기온 때문만은 아니다. 며칠 동안 런던 시간에 맞추어 지낸 올림픽 탓도 있고, 내일(16일)부터 시작하는 2013학년도 대학입시 때문에 더 덥다. 워낙 늦게 발표한 올해 입시 요강을 이제야 접한 학부모들이 이리저리 입시 바람에 휘둘려 당황할 때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그렇게 입시는 시작되었다. 수시 ‘6회지원제한’과 ‘미등록충원’을 잘 고려하라는 사실을 새삼 부탁드린다.

우리 집 아이는 둘 다 대학생이다. 그런데 방학임에도 둘 다 좀처럼 집에 있을 시간이 없다. 말은 안해도 4학년인 첫째는 취업스트레스가 대단하다.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하루종일 책을 붙들고 있다. 반면 둘째는 며칠 전에도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열심히 나가는 걸 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다. 아직 취업스트레스는 없다. 그러나 가끔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선배들이 취업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걱정하나보다.

최근 교육 화두는 단연 ‘창의성’이다. 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할 때라야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우리 학생들이 그런 기회를 갖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시험을 눈앞에 두고 쉽사리 도전하기도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듯 나오는 것은 아니다.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시간, 인내심, 그리고 영감을 자극시키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먼저 꽉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틀에서 벗어나 제 멋대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아이는 우선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테고 그 다음부터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불안해한다. 이때 어른들은 꼭 한마디씩 한다.

‘가만히 있지말고 무언가를 하렴.’

지금까지 시키는 것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가. 아이는 더 큰 불안에 싸인다. 지금까지 틀 속에 갇혀 지낸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금단 증세를 극복해야 한다. 이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하게 된다. 작은 성취감이 계속 쌓이다보면 마침내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엉뚱한 생각’은 이렇게 나타난다.

다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아이 본인은 물론이지만 주위에서 지켜보는 이들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섣불리 도와주겠다고 나서다가는 지금까지 노력은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물이 끓기위해서는 임계점에 도달해야 한다. 임계점이란 끓어 넘치는 한계점을 말한다. 물은 100°C에서 끓는다. 아무리 물 온도가 99°C까지 올라갔다고 해서 끓는 것은 아니다. 1°C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1°C~99°C까지의 1°C와 100°C의 1°C는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아이들의 성장임계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아이들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순간 많은 이들은 참지 못하고 인위적인 변화를 도모한다. 스스로 변화를 이루지 못한 아이들은 변화로 인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 쌓여 새로운 도전을 힘겨워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존재이다. 이 존재는 영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깨달음, 또는 감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아이들을 근본적으로 성장하게 도와준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자연과의 교감에서도 문득 다가오는 그 무엇이다. 하지만 사람을 크게 변화하게 하는 요소이다.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감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창의성’이란 단답형 문제의 답을 쓰는 일이 아니다. 지식이 공급된 만큼(in-put) 결과가 나오는 것(out-put)이 아니란 말이다. 일생에 단 한번 발현되더라도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특성을 지닌 것이 바로 창의성이다. 학교는 ‘창의성 교육을 한다’고 말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스스로 제 삶의 주체가 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고3 때에는 대학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고 대학가서는 취업을 걱정한다면 학교는 단순히 통로 밖에는 되지 않는다. 깊은 잠에 빠진 두 녀석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게 웃었던 적이 언제던가를 생각한다. 참 오래 전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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